무기선택 신중에 신중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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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느 나라건 군사무기의 기종선택은 국방상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무기는 일반 상품에 비해 값이 엄청나게 비쌀뿐만 아니라 전쟁에서의 승패를 결정하는 관건이기도 하다. 또한 1회용 소모품이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사용되는 내구재다.
따라서 무기를 선택할 때는 우리 지형이나 군사형세에 적합한가,성능은 우수한가,고장이나 사고의 위험성은 없는가,가격은 적절한가,부품의 안정적 조달에 문제는 없는가,전반적인 군사장비 체계와 모순되지 않는가 등 필요한 모든 부문에 걸쳐 정밀한 검토와 합리적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마침 국방부가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고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아파트 헬리콥터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패트리어트는 최초의 유도탄 요격 미사일이다. 이 미국제 방어용 미사일은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격추시켜 현대전의 총아로 각광을 받았다. 당시 미 육군은 패트리어트의 명중률이 40∼50%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후 패트리어트성능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진행되면서 큰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항공 공학박사인 우리 공군의 한 중령은 최근 발표한 짧은 논문에서 MIT물리학자 포스톨은 그 적중률을 15∼20%로 주장했음을 지적,패트리어트는 『걸프전쟁을 통해 가능성은 인정받았으나 명중률·방어효과·운용상의 제한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치 헬기의 경우도 미 하원의원들에 의해 부품의 고장률,장착총포의 사고율이 높고,야간 시계 등에 중대한 결함과 하자가 있는 것으로 주장돼 왔다. 이 두가지 장비는 우리 국방부가 오래전부터 도입의 필요성과 적합성을 검토해 왔으나 아직 최종결론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지금 우리나라는 군사장비나 무기도입에서 상충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편으론 산업화의 추세나 국민의 여론에 비추어 볼때 병력을 줄이고 그로인한 전력감소를 장비의 현대화로 보완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남북대화가 진전되면 군비축소문제가 제기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장비강화의 의미가 감소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무기나 장비를 사들일 때는 이같은 정치·사회적 환경의 변화까지도 고려하되 국방에는 조그마한 틈도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기의 선택을 놓고는 국제적으로 로비가 치열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생산자측 정부와 업자에 의한 이러한 로비에 기종선택이 좌우되어선 안된다. 어디까지나 우리국방의 효율성과 비용의 합리성을 기준으로 면밀하고 착오없는 선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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