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동독 골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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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일에서도 최근 들어 골프 붐이 일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세차례 우승하는 등 독일은 유럽을 대표하는 축구의 나라다.
분데스리가의 열기는 거의 1년 내내 독일 전역을 휩쓸고 있다. 인구 몇천명의 시골마을에도 잔디구장이 한두개 쯤은 반드시 있을 정도로 독일사람들은 축구를 사랑한다.
축구 외에 인기 있는 스포츠론 슈테피 그라프· 리스 베커라는 걸출한 스타가 건재, 인기를 리드하고 있는 테니스 정도다.
이밖에 핸드볼·수구 등 한국에선 별로 인기 없는 종목이 의외로 독일에선 인기를 끌고 있고 육상대회에도 관중이 많이 몰린다. 반면 한국·일본·미국 등에서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는 야구·농구는 찬밥 신세며 골프는 그간 외교관 및 외국상사 주재원들, 극히 일부 독일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대중들의 관심밖 종목이었다.
현재 독일의 골프인구는 약 20만명으로 전체 8전만 인구의 0.25%에 불과하다. 골프장 숫자도 3백76개가 고작이다.
이는 미국(2천5백만명·1만4천개)·일본(1천2백만명·1천8백개)은 물론 인구가 적은 영국( 1백85만명·2천3백만명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숫자다.
독일 도시별로는「골프수도」라는 함부르크 27개, 뮌헨 18개, 쾰른 10개며 수도 베를린에는 단 한 개, 그것도 미군골프장이 전부다. 주변지역에 1백여개의 골프장이 있다는 파리·런던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통일이후 골프가 신분 상승의 심벌로 인식되면서 골프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골프 인구· 골프장이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있는 곳은 베를린 및 주변의 구 동독지역.
통일 후 지금까지 22개 골프장 건립 허가가 났고 이중 8개 골프장은 이미 공사가 시작됐거나 부분적으로 공사가 끝나 회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베를린 인근지역엔 1백여개의 골프장이 건립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통일 전 베를린이 육지의 섬으로 구 동독에 둘러싸여 골프장을 세울 공간이 없었던데다 인기도 없어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되면서 외국상사들이 베를린으로 몰려들고 구 동독시민들 사이에도 「자본주의 스포츠인 골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현재 베를린 교외엔 대대적인 골프장 건립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건설중인골프장들이 모두 1만5천∼4만 마르크 (약2천만원)의 가입비를 내야하는 회원제로 운영할 예정이고 퍼블릭 코스는 건설계획이 없어 독일에서의 골프는 이같은 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특수층을 위한 스포츠로 남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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