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만성위염|송인성(서울대의대교수·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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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주부 이모씨(45)는 몇 년 전부터 소화가 안되고 속이 가끔 쓰려 집 부근 병원을 찾았더니 위에 염증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약을 먹을 때만 좋아지는 것 같고 병세가 별로 호전되지 않던 중 신문의학 칼럼에서 위암의 증상에 관한 기사를 읽고 겁이 덜컥 나 큰 병원에서 내시경검사를 했더니 암은 아니고 만성 위염이라고 했다.
만성위염은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킬 뿐 아니라 소화성궤양, 위암의 발생기 전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어 오래 전부터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으나 아직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정설이 없다. 그러나 10여년 전 발견된 헬리코박타피로리에 의해 만성위염의 정체가 일부분 알려지게 되었다. 위 속에는 원래 강한 염산이 있어 어떤 세균도 상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 괴상한 세균은 자기 주위에 암모니아로 구성된 보호벽을 만들어 위 속에서 장기간 살아 남아 위염을 일으키게 된다.
위의 아래쪽 반인 전정부에 고르게 염증이 퍼져 있는 만성 전정부위염은 대부분이 세균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이 세균에 의해 발생된 만성위염을 가지고 있어, 궤양의 원인이나 치료가 해결된 것처럼 흥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세균이 정상인에서도 50∼70%(미국인30∼40%)가량 발견될 뿐 아니라 이 세균에 감염된 만성전정부위염을 가진 대부분의 환자가 십이지장궤양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초기의 이 세균에 대한 열광은 한물간 샘이다.
만성위염의 하나로 그 빈도가 높고 위궤양이나 위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만성위축성위염도 이 세균과 관련이 있으리라 주장되고 있으나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만성 위축성위염 환자의 피 속에는 위점막 성분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는 수가 많아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만성위염을 갖게되므로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아주 잘 아는 듯 하면서도 실제 그 정체를 모르는 병의 하나가 위염이다. 유전자가 어떻고 생명공학이 어떻고 하는 세상에 아직도 그 흔한 만성위염을 잘 모른다는 것은 의학의 한 아이러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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