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직원의 외식않기/절약하며 직장화합도 다지고…(자,이제는:3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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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도 체면치레 외식입니까. 실속있는 구내식당이 있습니다.』
『과연 외식은 불가피하십니까. 시간·용돈 절약은 구내식당 이용으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정문과 후문을 지나는 시민들은 이렇게 씌어있는 입간판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도떼기 시장인양 불친절과 냉대 속에서 줄을 서 기다린뒤 적어도 4천원을 주고 점심을 사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말이다.
흔히 우리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며칠 떠들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곤 한다. 생활주변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주제로 정해 알차게 추진하는 한국은행의 요즘모습이 그래서 더 돋보인다.
『이런 캠페인을 중앙은행에서 한다는게 우습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쉽게 할 수있는 일부터 찾아 하자는 뜻인데,직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10월부터 이 일을 「새정신운동」의 하나로 실천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이형식업무개선실장(52)의 설명이다.
점심 한그릇에 평균 1천5백원인 구내식당은 약속이 없는,별볼일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고치고 직장인 용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음식값을 절약하며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한은 직원 1천8백명(출장근무 제외)중 현재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는 6백50여명. 이 숫자를 1천명으로 늘릴 경우 한달에 2천만원 정도가 절약된다는 계산이다. 밖에서 설렁탕 한그릇을 먹더라도 그냥 회사에 들어가기가 서운해 다방에 가 커피라도 한잔 마시다 보면 지출은 더욱 늘어난다.
우리나라 가계소비 지출중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1년말 현재 21.5%로 이미 주식비를 앞질렀다. 한은직원들은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을 실천하는 이 작은 운동이 우리사회에서 과소비를 몰아내는 새생활운동으로,인플레를 잡는 시민경제운동으로 뻗어나가길 기대하고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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