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 펜화 기행] 양산시 통도사 범종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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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58분, 도량석을 맡은 스님이 수박보다 큰 목탁을 치며 통도사 경내를 돌고 나면 범종루의 작은 범종을 두드리며 지옥을 깨고 영혼을 구한다는 새벽종송이 이어집니다. 그 뒤 날짐승을 제도한다는 운판이 고운 쇳소리를 하늘에 흩뿌린 뒤 물짐승을 위해 목어가 맑은 나무소리를 냅니다. 이어서 큰 법고를 승가대 학인스님들이 돌아가며 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일만오천여근의 범종이 깊고 큰 소리로 영축산 계곡을 뒤흔듭니다. 통도사 범종루는 조선조 숙종 12년(1688) 수오대사가 세웠습니다. 규모가 큰 편으로 범종.법고.목어가 두개씩 있고 운판만 하나입니다.

펜화가는 통도사 범종소리를 들으면 숨이 막히고 눈물이 나는데 전생에 통도사에서 불화를 그리던 스님이었기 때문이랍니다. 보물 제1041호인 영산전 팔상탱화를 그렸다는데 워낙 세밀하고 색상이 뛰어나서 멋진 부분들을 취해 2004년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 2003년 캘린더는 펜화로 만들었으니, 올해는 현생의 작품으로, 내년은 전생의 작품으로 만든 셈이지요.

좋은 다비장까지 있으니 머리 깎고 눌러 살라는 스님도 있습니다만 집사람이 알면 그날이 다비장으로 가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김영택 한국펜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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