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양김」세모으기 부푼 꿈/탈당의원 흡수 노리는 국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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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당추진파와 활발한 물밑접촉/정 대표 “사퇴 불가”… 통합엔 한계
신당추진과 함께 국민당의 향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양자간에 「반양김연합전선」이라는 공동의 이해가 분명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연계나 통합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짙은 개연성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정주영국민당대표측과 신당추진파들은 물밑접촉을 깊이있게 해왔다.
정 대표는 이런 교감을 토대로 지난 8월부터 『10월이 되면 국민당세와 인기가 급등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정 대표의 최근 정국전개에 대한 소감일성은 「운수대통」이었다. 그 1차적 의미는 민자당의원들의 탈당이 대권의 경쟁자인 김영삼 민자당총재에게 타격을 준다는 반사이익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큰 운수대통의 기쁨은 『탈당세력들을 흡수함으로써 대선막바지 양김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다.
문제는 정 대표가 현정국에 거는 기대가 「흡수통합」이라는 점에서 신당을 추진중인 반양김세력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국민당과 신당추진파간에 계속돼온 물밑교섭과정에서 신당추진파들은 「정 대표의 후보사퇴」와 「제3후보 추대」를 주장해왔다. 반면 정 대표는 『반양김세력이면 누구에게나 국민당의 문은 열려 있다. 그러나 후보는 사퇴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 대표에 가까운 측근일수록 그의 후보사퇴 가능성을 확실히 부인한다. 한 측근은 『정 대표가 대권을 잡으려다보니 우연히 양김이 경쟁자이기에 반양김을 주장하는 것일 뿐』이라며 『반양김을 위해 대권후보를 양보한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 대표가 후보를 사퇴하는 국민당과 신당과의 대통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당은 내각제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안되지만 경제가 안정되는 시점에서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내각제를 내건 세력들이 영입이 될 경우 「적당한 예우」는 할 수 있다는 자세다.
국민당에서 이 정도의 협상여지를 가지고 모색하고 있는 1차 영입대상은 역시 박태준의원이다. 박 의원이 신당에 참여해 구여권세력을 몰아온다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몇몇 동조의원과 함께 개별입당형식이라도 성사시켜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정 대표는 이미 몇달전부터 박 의원측이 먼저 요청해 물밑접촉을 계속해왔으며,지난 2일과 5일의 연쇄회동을 거치면서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신당을 추진해온 이종찬·정호용·박철언의원 등과의 교섭도 오래전부터 강도높게 계속해왔다. 이들 3인은 모두 신당창당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정 대표와는 개별적으로 「거래」하는 형태를 취해 정 대표의 「10월 호사론」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는 그래서 『박태준의원과 담판하면 나머지는 따라올 것』이라는 나름의 타산과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국민적 지지기반,득표력에서 박태준의원보다 훨씬 우위에 서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당 고위당직자중 상당수는 정 대표의 이같은 희망적인 기대와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반양김 청산」이라는 대의를 위해 정 대표가 후보에서 사퇴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최고위원은 『꼭 대통령이 안되더라도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 않느냐』며 후보사퇴의 명분을 강조한다. 김동길최고위원은 『마지막까지 안팔리면 상품을 바꿔야하지 않겠느냐』는 보다 적극적 자세까지 감추지 않는다. 이들이 내놓은 절충안이 「정주영대통령 임기중간 내각제개헌과 2선후퇴」주장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아직까지 신당과의 연계·통합문제에 대해 고압적이다. 자신은 현실정치의 필수요건인 조직과 자금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동시에 『신당추진파들은 대선이 2개월밖에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조직과 자금은 물론 마땅한 후보감도 없지 않느냐』는 상대적 우월감도 상당하다. 따라서 당분간 가진 자의 입장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대선승리를 위해 이들을 끌어들이는 막판세몰이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민자당 이탈세력을 포함한 신당추진파들이 전부 국민당으로 흡수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반양김세력의 중심이 될 것이며,대선은 만만찮은 3파전이 될 것이라는 것이 국민당의 분석이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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