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바람은 불지만...'정통' 찾기 쉽지 않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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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운하우스가 주택시장의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떠오르면서 타운하우스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형 공동 주택들이 저마다 ‘정통’ 타운하우스를 표방하는 바람에 수요자나 투자자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집이 제대로 된 타운하우스인지 수요자나 투자자들은 미리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운하우스는 17세기 영국에서 시작 =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두루 취했다고는 하지만 타운하우스는 건축 스타일면에서 두 줄기의 기본적인 흐름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17세기 영국에서 산업화에 따라 도시가 팽창하자 시골 귀족들이 런던으로 몰려들면서 그들만의 저택을 마련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들은 여러 채의 단독주택을 벽을 맞붙인 형태(합벽식)로 지었다. ‘Row House(병렬 주택)’라고 불리는 초기의 이같은 타운하우스는 시골 귀족들이 땅값이 비싼 런던 도심에서 경제적으로 저택을 소유하기 위해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18세기 신대륙 개척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간 타운하우스는 대중 주택으로 확산되면서 높은 땅값으로 인해 병렬식이 아닌 수직형 다층 구조로 발전했다. 병렬식으로 연립하지 않고 1세대가 1개층을 독점하는 구조로 3층, 4층까지 높여 지은 것. 이 방식은 병렬식에 비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 약 30%의 세대를 더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땅값 부담이 낮아져 주택가격이 싸진다.
 ◇우리나라는 수직형 다층 타운하우스가 대세 = 198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이기 시작한 타운하우스는 처음엔 영국식 병렬구조를 바탕으로 한국의 실정을 가미한 형태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합벽식 단독주택 구조를 취하면서도 여러 채를 붙이지 않고 2, 3세대만 붙여 단독주택의 독립성을 최대한 살린 것. 서울 항동 그린빌라(2세대 합벽식), 반포동 효성빌라(3~4세대 합벽식), 분당 조이빌리지(3세대 합벽식) 등이 모두 이런 형태로 개발됐다. 파주 헤르만하우스가 드물게 로우하우스(병렬 주택)의 원형을 살려 최고 13세대까지 합벽구조를 택하기는 했지만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 여건상 일반화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근 타운하우스는 대부분 용인권 택지개발지구 또는 미니신도시 내 블록형 택지를 중심으로 조성되면서 비싼 땅값을 상쇄하기 위해 수직형 다층 구조를 많이 채택하고 있다. 약 600세대의 타운하우스 블록이 형성돼 단일 지구로는 가장 많은 타운하우스가 들어서는 용인 동백지구에서 드림사이트코리아가 개발한 동연재, 금호건설의 어울림, 용인 흥덕지구 우남 퍼스트빌 리젠트, 용인 보라지구 일성 트루엘, 고양 행신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등이 수직형 다층 타운하우스 구조다.
이처럼 최근 타운하우스는 합벽식 복층형 단독주택 구조보다 수직형 다층 구조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파트식 평면구조에 익숙한 국내 수요자들에게는 평면이 분할되는 복층형 단독주택 구조가 좁고 답답해 보일 수 있어 수직형 다층 모델이 많이 나오게 됐다. 이 모델은 병렬식 구조에 비해 토지활용도가 높아 분양가를 내릴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실제로 동백지구의 수직형 다층 구조 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 스타일에 비해 평당 분양가가 200만~300만원 정도 싸다.
 ◇동백지구 ‘동연재’ 설계 모델은 경주 고택(古宅) = 현재 분양중인 동연재는 필로티 구조(2층부터 집을 짓는 구조)의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2, 3층에 각 1세대씩, 1세대가 1개층을 모두 사용하는 구조로 창문을 사방으로 내 아파트 평면의 폐쇄성을 극복했다. 중앙에는 약 6평의 중정(집 한가운데의 정원)을 배치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이 아이디어는 동연재 설계를 맡은 모더니즘 건축의 세계적인 인물 후루야 노부아키(일본 와세다대 건축학부 교수)가 경주 양동마을에 있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저택인‘향단(香壇, 보물 제412호)’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중정을 통해 전통 한옥의 ‘ㅁ’자형 구조를 살린 동연재는 주택의 내·외부 8면에 창문을 내 창문 면적이 일반 아파트의 2배 규모일 정도로 개방감이 탁월하다. 무엇보다 1세대가 1개층을 독점하는 구조로 기존 연립주택의 형식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수직형 다층 구조 타운하우스의 원형으로 꼽힌다.
금호건설의 타운하우스 첫 작품인 동백 어울림은 2세대가 연립한 Duplex 구조(좌,우 집을 서로 붙인 구조)의 4층 타운하우스로 3면 개방형 평면을 선보였다.
 ◇타운하우스는 최소 3면 이상 공간을 개방한다 = 최근 타운하우스 인기에 편승해 연립주택 부지에서도 변형된 스타일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기존 연립주택과 다를 바 없으면서 무늬만 타운하우스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드림사이트코리아 이광훈 사장은“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에 뿌리를 두기 때문에 수직 또는 수평 공간을 1세대가 독점 사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에서 이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질 수는 없다 해도 최소 3면 이상 공간은 개방해야 기존 연립주택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측벽이 모두 막혀 있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남쪽을 통해서만 채광, 통풍이 가능하지만 타운하우스는 동, 서, 남향으로 모두 창문을 낼 수 있어 평면 구성이 훨씬 다양하다. 일부 연립주택형 타운하우스는 주택 구조나 평면의 개선보다는 분양가를 올리기 위한 포장용으로 타운하우스 간판을 내세워 정통 타운하우스보다 오히려 분양가가 비싼 경우도 있다.
단독주택 땅값 부담을 합벽과 다층 구조로 상쇄시켜 경제성을 향상시킨 타운하우스가 분양가 인상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셈.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분양하고 있는 공동주택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 흐름에 편승한‘짝퉁’ 타운하우스 범람은 새로운 주거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않을 것이다.

프리미엄 성태원 기자[seongt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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