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종정, 갑신년 새해 앞두고 신년 법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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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해 아침에 광명이 가득하고, 영롱한 빛이 시방(十方.세상)을 머금은 소식입니다. 하늘은 이것 하나를 얻어 청정하고 대지는 이것 하나를 얻어 평화롭습니다."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 스님이 23일 갑신년(甲申年) 새해를 앞두고 신년 법어를 발표했다. 종정 스님은 "아자(啞者.벙어리)는 만류군생(萬類郡生)을 깨우치는 법음(法音)을 설하고, 농자(聾者.귀머거리)는 성전일구(聖前一口)를 전합니다"라며 희망과 빛으로 가득한 새해를 기원했다.

스님은 혼탁한 최근 정치 상황을 의식한 듯 위정자들을 향한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천하를 태평케 하였고, 불조(佛祖.부처)는 이것 하나를 깨달아 일체를 텅 비우고 나서 죽음에 자유로웠습니다"고 말했다.

스님은 특히 "말에 얽매인 사람은 재주를 팔아 어리석음을 얻을 것입니다"라며 말과 입의 조심을 당부했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알껍질을 쭉쭉 빠는 때(줄.)와 어미닭이 바깥에서 알을 탁탁 쪼는 때(탁.啄)의 솜씨를 지닌 사람은 부쟁(不諍)의 덕을 얻어 원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태고종 종정 직무대행인 이운산(李雲山) 스님도 신년사에서 부처의 원융 사상을 강조했다. 스님은 "우리는 원융과 회통 정신을 실천하여 갈등과 대립, 다툼과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정치계도, 노동계도, 문화계도, 종교계도 함께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태종 김도용(金道勇) 종정도 신년 법어를 통해 "새로운 마음의 눈을 열고 새해를 맞이합시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집착과 대립, 독선의 어둠을 버리고 지혜의 빛으로 이웃을 봅시다. 나의 네가 아닌, 너의 나를 보아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주위에 가득한 부처를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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