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 여론 거세다/3대의혹/서둘러 끝낸 「관권선거 수사」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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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①천만원 유통경로 왜 추적않나/②지방과장 단독 지침서 말안돼/③대책회의 개입정도 규명 필요
한준수 전 연기군수가 폭로한 관권부정선거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진상규명은 커녕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여론이 거세다.
특히 연기군에서 명백한 관권선거가 자행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제대로 규명을 않고 어물쩍 넘어간 ▲이종국 전 충남지사로부터 한 전군수에게 건네진 대아건설 발행 1천만원 수표의 성격과 유통경로 ▲지방과장 단독으로 작성·시달했다는 선거지침서의 진상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실체 등 3대 의혹이 말끔히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때까지 보강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당초부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데다 공소시효(23일)에 쫓기는 형편이어서 이들 의혹사항이 얼마나 풀릴지는 미지수며 특별검사제도입 같은 「별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선거지원금 1천만원=검찰은 이 전지사가 총선전인 3월15일 도시자실에서 한씨에게 준 것으로 확인된 1천만원이 2월29일 대아건설에서 충청은행을 통해 인출된 14억9천만원중 일부로 확인됐으나 ▲이 전지사가 부임초 친지 여러사람들로부터 받은 인사치레성 돈이고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뇌물성이라는 의혹이 있더라도 이번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뇌물수수가능성 수사를 회피했다.
검찰은 한씨가 보관하고 있다가 제시한 충청은행발행 10만원권 수표 90장이 일련번호로 돼있어 뭉치로 인출돼 한사람이 준 것이 분명하고,액수도 통상적인 인사치레로 보기에는 어려운데도 수사의 상식인 유통경로 추적을 외면했다.
특히 대아건설은 올 상반기에만도 각종 관급공사 44건,1백억원 상당을 수주했고 성완종사장이 민자당재정위원이어서 공사수주 과정에서 제공된 자금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법조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고소·고발사건이 아니고 한씨의 양심선언으로 인지됐으며 뇌물수수죄는 국회의원 선거법의 공소시효(23일)에도 구애받지 않으므로 계속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기관대책회의=검찰은 이 기구가 구성원이 확정되지 않은 비상설적 모임이며 연기군의 경우 노사분규·선거폭력 등을 협의하기 위해 유관기관 관계관이 수차례 모여 의견교환을 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모임에서 특정후보지지 등 선거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이 모임에는 임 후보의 동생인 임재선씨가 참석한 사실이 있어 선거와 무관하다는 발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또 참석자 5명중 조사를 받은 사람은 한 전군수와 윤모 안기부 충남지부장·유모 안기부 연기군담당 정보관 등 3명뿐이어서 엄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거지침서=검찰은 2월 하순께 연기군에 시달된 선거지침서는 김영중 전 충남도지방과장(현 보령군수)이 독자적으로 구상,작성·시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위직 공무원인 도지방과장이 상급자인 군수에게 상부의 지시없이 선거와 관련한 지침을 시달하는 것은 행정관례상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지침서가 원본이 아닌 복사분으로 내려갔고 ▲제목과 내용에 연기군이라는 용어가 전혀 없으며 ▲「총선공고후에도 친여 무소속인사 끝까지 관리」 등의 지시사항은 연기군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적인 사항인 점 등으로 미뤄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주로 관련공무원의 진술과 제출자료로 조사된 내용은 「사전 말맞추기」나 사후 서류조작·누락 등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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