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 “수사 불공정해 묵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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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선 “고민”… 여론은 “촉각”… 「관권선거」수사/“이 지사 행사일정 확보안해 의문/자금살포 규모도 축소왜곡 인상”/한씨 대질한 공무원들 멱살잡고 욕설
○…구속수감되는 임재길연기지구당위원장을 보기 위해 15일 오후 7시부터 검찰청사에 나와 대기하던 민자당원 20여명은 임씨가 특수부건물에서 수갑을 찬채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나와 잠시 사진촬영에 응하는 동안 안타까운 목소리로 『위원장님 힘내세요』라고 격려.
이에 앞서 8시30분쯤 한준수 전 연기군수가 조사를 받고 나와 교도소로 향하는 차에 오르려는 순간 30대의 한 여성당원은 『그래,양심선언 잘했다,×××야』라며 한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으며,술취한 듯한 40대 당원은 『임 위원장은 언론이 구속시킨 것』이라며 흥분하는 등 한씨와 언론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표시.
○…구속수감중인 한준수씨는 15일 『지금까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특수부장실에서 한씨를 만나고 나온 민주당 박계동의원이 전언.
박 의원에 따르면 한씨는 양심선언한 사람은 구속되고 증거인멸우려가 있는데도 이종국지사 등은 구속되지 않고 있다는 점,지사비서실장이 작성·관리하는 지사공식스케줄표를 수사자료로 확보하지 않고 있고 누락이 있어서는 안되는데도 3월 기록이 누락된채 작성된 도내무국장의 업무일지가 그대로 거증자료로 인정된 점,자금살포규모 수사내용을 자꾸 축소왜곡해 발표하려드는 점 등 3가지에 대한 검찰수사태도의 시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더이상의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대전지검은 관권부정선거 폭로사건 수사의 핵심인 이종국충남지사의 사법처리여부를 놓고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는 모습.
이와 관련해 최병국차장검사는 15일 밤 임재길 민자당연기지구당위원장의 구속영장이 집행된 직후 보도진의 면담요청을 일체 거절한 뒤 전화통화를 통해 이 지사의 재소환시기를 묻는 질문에 『48시간이내에 결정이 날텐데 그렇게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고 대답해 임씨의 경우와는 달리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검찰내부 분위기를 암시.
그러나 검찰고위간부들은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놓은 직후 태연하게 저녁식사를 위해 청사밖으로 나가는 여유까지 보여 대조.
○…검찰은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15일 오전에 청구할 계획을 세우고 14일 저녁에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었으나 15일 오전에 출두한 임씨가 자신의 관련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이날 저녁으로 늦춰졌다는 후문.
임씨는 특히 선거운동에 관권을 개입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한씨가 먼저 내게 접근해 이를 제의했으나 나는 주민평판이 나쁜 한씨가 나설 경우 오히려 감표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극구 말렸다』고 관련사실전부를 부인했다고.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충남도와 연기군청 공무원 일부는 한씨와의 대질신문도중 한씨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붓는 등 개인감정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에게 이 지사의 돈 5백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12일 밤 출두한 김흥태 도내무국장은 입씨름끝에 한씨가 『당신도 양심선언을 해 살 길을 찾으라』고 말하자 흥분,한씨의 멱살을 잡고 우격다짐을 벌이다 담당검사의 제지를 받았다는 후문. 또 홍순규 연기군 내무과장과 홍종기 조치원읍장 등도 옛 상사인 한씨에게 『재직당시에는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못살게 굴더니 왜 또 괴롭히는거냐,당신은 애당초 양심주머니가 두개있어 믿을 수 없다』며 면박을 줘 수사관들까지 민망해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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