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빈병 폐비닐 연탄재/농촌도 쓰레기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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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회수 빈병 연간 천7백만개/논두렁·수로에 방치 수질오염/체계적인 수거대책 서둘러야
매연에 찌든 도시와 달리 물 맑고 공기 맑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농촌도 농약을 쓰고 난후 버리는 빈병·폐비닐 등 농촌쓰레기에 의한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쓰레기 수거체계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농촌에서는 농약빈병이나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 폐비닐,비료포장지,배추등 농작물찌꺼기,연탄재 등 각종 쓰레기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농약은 그 자체가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빈병 역시 논두렁·밭두렁·수로 등에 마구 버려져 빈병에 남아있는 농약이 물을 오염시키거나 여기저기 깨진채 굴러다녀 농촌의 쾌적한 환경을 해치는데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약빈병으로 인한 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한 87년부터 농약빈병은 이·동단위로 위촉된 마을이장 또는 새마을 지도자 등을 통해 지정된 장소에 모아놓으면 한국자원재생공사 직원들이 순회를 하면서 개당 30원씩 주고 사들이고 있으나 전체의 70%정도만 회수가 되고 매년 30%씩은 여전히 방치돼 농촌환경오염과 자원낭비의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전국의 농촌에서 농약을 쓰고 버린 빈병은 총 6천4백35만4천여개였으나 이중 73%인 4천7백11만6천여개만 회수가 됐으며 1천7백23만8천여개는 농촌 구석구석에 버려져 방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약빈병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 1월1월부터는 현행 개당 30원인 수집가격을 40원으로 인상하는 동시에 수집장소와 수집빈도를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에 약 23억원의 예산을 들여 5천7백만여개의 농약빈병을 수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내년의 총 농약빈병 발생량이 8천2백만개 정도로 예상돼 회수율은 여전히 70%남짓 되고 오히려 전보다 더 늘어난 2천5백만개 정도의 빈병이 방치된다는 계산이다.
최근 농약오염을 걱정하는 일부 농민들이 쓰지 않는 무공해 농법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농약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농약사용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90년의 농약사용량은 2만3천9백t으로 82년의 1만4천4백t보다 66%가 늘어났으며 내년에는 3만여t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농약오염과 빈병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농약만 사용해야 한다는 환경론자들의 주장과 다소 해악은 따르지만 식량증산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환경론자들은 오염의 심각성뿐 아니라 쌀이 남아돌아 오히려 보관에 막대한 예산이 소비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증산위주의 생산방식은 바꿔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농약사용을 옹호하는 측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했을때 품종에 따라 20∼90% 정도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 당장 여유가 있다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형편상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오히려 인구증가 추세에 비춰 앞으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농약의 이용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어쨌든 농약빈병 공해로부터 농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약사용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촌에서도 체계적인 쓰레기 분리수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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