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꼼꼼하게 잘 챙겨야(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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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상여금·수당 제외 사례많아/“주는 돈 받고 이의땐 진정을”
퇴직금을 잘 챙깁시다.
정년퇴직·자진퇴사 등 근로자가 직장을 떠날때 회사가 알아서 마련해둔 법정퇴직금을 받아가면 그만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회사가 일부러,아니면 모르고 퇴직금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적은 「몫돈」을 건네받은 근로자가 퇴직금을 둘러싸고 정들었던 회사와 소송 등 감정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심심찮다.
대기업 D사에서 15년간 근무하다 5월말 퇴직한 유모씨(40)는 퇴직금 봉투를 받아든 순간 생각했던 것보다 가볍다고 느꼈다.
2천5백60여만원이 돼야할 퇴직금이 2천4백10여만원에 불과했다. 1백50여만원이 빈 것이다. 일일이 따져보니 5백50%로 계산했어야 할 연간 상여금을 회사측이 4백%로 잡았고 유씨는 회사를 다시 찾아가 이를 따졌다.
회사측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그냥 넘어가려는 눈치고 두달반동안 회사측과 승강이를 벌이다 지친 유씨는 결국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회사측은 『계산이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화해성 변명(?)을 빠뜨리지 않고 얼마전 1백50만원을 슬그머니 유씨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퇴직금분쟁은 중소기업에서 더욱 빈발하다.
서울 역삼동 C건설 토목과 차장으로 있다가 최근 회사를 떠난 현모씨(33)는 퇴직금문제 해결이 늦어지자 서울 종로3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찾아갔다.
『만 3년4개월을 근무했으니 법정퇴직금은 3백57만원이 됩니다. 그런데 회사측은 2백40만원 밖에 못주겠다고 우기는 거예요. 수당을 왜 퇴직금에 넣어 계산하느냐는 겁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회사측과는 얘기가 안되겠다 싶어 진정서를 낸거지요.』
결국 현씨는 행정관서의 도움으로 법정수당을 퇴직금에 추가 산입,1백17만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비단 기업에서만 퇴직금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관리원은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퇴직금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 충무로4가 J아파트 주부 21명과 퇴직관리원 2명은 반년 넘게 시비를 벌이던 끝에 지난달말 가까스로 퇴직금문제를 마무리지었을 정도다.
자치관리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 아파트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이들 21명은 13년간 아파트관리를 해온 이모(38)·김모(47)씨 등 두 사람이 올초 퇴직한다기에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며 주민들이 모아둔 퇴직금을 전해줬다.
매달 이들의 임금중 10%에 해당하는 돈을 퇴직금명목으로 아파트입주자들로부터 따로 받아 차곡차곡 쌓아둔 돈이었다.
그런데 무척 고마워해야할 이들은 정반대로 『퇴직금이 적다』며 오히려 문제를 삼았다.
그러고는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했다. 각각 1백90만원과 1백48만원을 덜 받았다는게 이들의 진정내용이다.
이 사건을 다룬 근로감독관이 퇴직금 내용을 하나 하나 살펴본 결과 주민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마련한 돈은 이들의 법정퇴직금보다 적었다. 그래서 아파트운영위원들에게 추가로 퇴직금을 주도록 종용했다.
『법정퇴직금 지불을 거부해 21명 모두가 전과자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담당직원의 간곡한(?) 설득을 주민들이 수용,이 문제는 겨우 해결됐다.
서울지방노동청 박상갑근로감독과장(51)은 『근로자는 퇴직때 퇴직금 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퇴직금에 문제가 있을 경우 10만원 덜 받아도 모두 안받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회사가 준 돈을 일단 받고 나머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처리해야 분쟁이 풀리는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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