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소폭…강북은 중폭…재산세 '인하'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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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재산세 인상안을 당초 안보다 후퇴시킨 것은 서울시를 끌어안지 않고는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관철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서민층이 덩달아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된다는 반발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안에 강하게 반발했던 서울의 강남권보다 강북권의 부담을 더 많이 덜어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 강남권 지자체들의 반발 여지는 여전히 남게 됐다.

내년부터 지자체의 과표결정권을 중앙정부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은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한다는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정부안 후퇴 배경=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재산세 인상안은 투기의 진원지로 지목된 강남권의 재산세를 대폭 올려 투기 욕구를 억제하고 지역 간 과세 불형평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현행 지방세법상 정부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에 불과하고, 결정권은 전적으로 지자체에 있어 지자체들이 정부안 수용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12일 신축기준가액.가감산율 인상폭을 줄이고 가감산율 적용기준을 총액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정부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행자부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허성관 행자부장관은 '양보할 수 없다. 지방분권을 희생해서라도 투기 억제 정책만은 관철시키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가 반발할 경우 법을 바꿔서라도 행자부 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서울시 측이 '건의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과표조정안 시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당장 내년도 재산세 인상안이 차질을 빚게 돼 절충안을 찾게 됐다.

◇전망=서울시가 강남과 강북지역에 대한 재산세 인상률을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행자부는 '강남은 소폭, 강북은 중폭' 낮춰주는 선에서 받아들였다.

강북지역에 집중된 서민아파트(국세청 기준시가 3억원 이하)에 한해 가산율을 10%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한 게 바로 그것이다.

서민아파트 비율은 서초.송파.강남이 29.2%, 그외 서울 지역이 87.2%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로 지적되는 강남권 구청들의 반발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2005년부터 지자체의 과표결정권을 중앙정부가 가져가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기원.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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