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자진반납 불가피 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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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2이동통신 파동을 선경이 사업자 선정을 자진반납 하는 형식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은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물론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던 이런 파동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뒤늦게나마 수습책을 찾는다면 이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철저히 경제논리를 추구해야 할 기업으로서 선경이 자진반납키로 한다는건 아마 매우 어려운 결단일 것이다. 그동안 들인 공도 아까울 터이고 내심 억울한 점도 없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형세를 살펴보면 선경의 자진반납은 불가피한 것 같고 더 시간을 끌지 않고 결단을 내리기로 한 것은 현명한 태도로 보인다. 우리가 보기에 선경은 큰 사업을 따는데 성공한 바로 그 즉시 사면초가에 빠졌다. 여당 후보를 포함한 모든 대통령후보들이 모두 비판·반대·의혹을 제기했고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6개월후 누가 집권하든 선경에는 괴롭고,이동통신 문제는 재론될게 뻔히 내다보이는 코스다.
이동통신처럼 멀리 내다봐야 할 거대사업을 여론의 역풍속에서 단지 6개월 시한부 권력과의 외로운 협조하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기업의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선경으로서는 미련없이 깨끗이 자진반납 하고 장차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번 파동으로 정부·여당·선경은 모두 호된 홍역을 겪었고 상당한 후유증에도 시달리겠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몇가지 문제점과 교훈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정부의 정책추진에 중대한 허점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이라도 국민을 납득시키고 의혹이 있으면 해명을 한후 추진하는 것이 공신력 확보의 정수순일텐데 정부는 이를 무시했으며 자기들이 주장한 공정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둘째,정부의 도덕성 문제다. 대통령의 사돈에게 이권이 갔다는 점에서 의혹이 높았던데 더해 공직자의 거짓말이 거듭 나온 것이다. 노­김영삼 회동에서 논의된바 없다,청와대에 보고도 않고 발표했다는 따위의 금방 들킬 거짓말이 나온 것은 정부의 도덕성을 의심하기에 족한 일이었다.
셋째,집권세력 내부의 팀웍이 지금 얼마나 난조냐 하는 문제다. 이번에 보인 대통령과 대통령후보,청와대와 여당간의 갈등을 보면 이런 집권세력에 나라를 어떻게 맡길까 하는 걱정을 안할 수 없다. 집안내부의 협의도,집안 내부의 의사반영도 제대로 안되고 있음이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이번 파동이 이제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하여 그냥 안도할게 아니라 이런 내부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기를 촉구한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친·인척의 혈연으로 뒷줄을 대고 로비를 하고,한건을 하는 폐풍에 일대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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