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그룹 「이동통신」특혜시비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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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법개정해 「통신기기 4강」참여 원천배제/정부 일각 반대의견속 「통신사업법」전격 손질/자기자본 지도비율 규정 고쳐 유공 참여 길터/「무역적자」상공부 연기론 슬그머니 자취감춰
최종현선경그룹 회장은 20일 제2이동통신 사업권자로 선정된 직후 수익이 발생되는 97년 이후 국민주 형식으로 이익 일부를 국민에 환원하겠다는 카드를 던졌다.
이는 이번 선정에 대한 특혜시비가 그만큼 커서 최 회장이 고육지책의 불끄기 선언을 해야할 정도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선경그룹측은 86년부터 정보통신 소프트웨어사업 진출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반 여론은 「대통령과 사돈인 선경그룹에 사업권이 돌아갈 것」이라는 소문이 그대로 맞았다는 데서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혜시비가 이제부터 더 증폭될 전망인 가운데 이 시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5대 쟁점별로 짚어본다.
◇4대재벌 제외=정부와 여당은 사업의 주춧돌을 놓는 단계인 지난해 7월 전기통신 사업법을 개정해 통신기기 업체는 제2이동통신의 서비스 사업자에 지배주주로 참여할 수 없게 했다.
이는 통신기기(하드웨어)업체에 서비스(소프트웨어) 사업권까지 주면 지나친 특혜이자 독과점이 된다는 체신부의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결과 삼성·금성·현대·대우 등 「통신기기 4강」이 자연스럽게 경쟁대열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 선경 특혜시비의 발단이 됐다.
재계 5위인 선경이 제2이동통신을 맡게된 것은 여기서부터 여건이 이미 마련된 것이다. 당시 경제기획원 등은 인위적 제한을 하면 투자의 비효율성이 온다는 반대의견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기자본 비율=선경그룹의 유공은 석유정제업의 자기자본 지도비율 35.2%를 충족시키지 못해 이동통신사업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경의 로비설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감독원은 지난 3월 슬그머니 석유정제업의 지도비율을 27%로 낮춰 결론적으로 유공 참여의 길을 터줬다.
은행감독원과 선경은 이에 대해 『종래의 비율이 실정에 맞지않다는 석유협회와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일 뿐이며 특혜는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사업시기=상공부는 지난 2월 관련 통신기기의 국산화율이 극히 낮아 지금 제2사업자를 뽑으면 3년간 10억달러의 무역적자 요인이 생기므로 사업착수를 1∼2년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상공부는 그러나 총선직후인 3월25일 관계장관 회의에서 무슨 이유인지 이 주장을 바꿔 4월중 입찰계획 발표,8월 사업자 선정의 일정에 합의해주었다. 「대통령 임기내 사업자 선정」강행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체신부는 이에 대해 『국내 통신시장이 개방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경쟁체제를 도입해 기술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선경의 전력=로비력이 강한 선경의 전력도 특혜시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선경은 신군부가 집권한 5공초인 80년 11월 당시 최대이권이던 유공을 예상 밖으로 인수했다. 선경 전계열사보다 매출규모가 큰 유공을 인수함으로써 선경은 당시 재계 10위에서 오늘날 5위로 올라서게 됐다.
선경은 6공들어서도 지난해 12월 태평양증권을 특혜논란속에서 헐값에 인수,1천억원의 프리미엄을 남겼다는 후문이 나왔었다.
◇심사기준=1차심사에서 심사기준이 선경에 유리했다는 논란이 있은데 이어 2차심사도 기준의 중립성이 문제되는 한편 심사기준이 특정기업에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탈락기업인 포철·코오롱은 체신부가 당초 예정과 달리 2차심사에서 통신망 설계능력 부분에 40%,장기발전 계획에 60%의 배점을 한 것은 장기계획을 그럴듯 하게 쓴 선경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채점결과를 보면 설계능력 부분은 3개기업의 점수차가 크지 않으나 장기계획에서는 선경이 6백∼9백점을 앞서 「승리」에 도움이 됐다. 선경측은 그러나 1백여개의 심사항목 대부분에서 자신들이 앞서 「착실한 실력」에 의한 것임이 입증됐다고 반박한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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