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맞는 8·15…정치인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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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위자도 많고 애국자도 많고,또 미사여구로 채워진 집권자들의 경축사도 늘 있어 왔지만 해마다 맞게되는 8·15의 감회는 예나 지금이나 착잡하기만 하다.
올해도 국가원수의 경축사가 있겠지만 그저 공허하게만 들릴 것같다.
그 이유는 역대집권자들 모두가 민족과 역사앞에 죄를 짓고도 말만번지르르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실례가 이승만의 반민특위 와해에 따른 원천적인 민족정기 말살에 이어 너무도 굴욕적인 친일예속화로 이 나라 민족혼을 더욱 병들게한 박정희의 과오가 있었는가 하면 전두환정권이나 현정권 역시 미·일등의 외세에 더더욱 밀착,굴종하면서까지 나라보다는 자신들의 정권유지만을 위해 허덕이면서도 언제나 하나같이 입으로만 애국과 민족을 들먹여온 것 등이다.
그 뿐만도 아니다. 일제침탈에 의해 자행됐던 강제징용이나 정신대등의 만행 실상조차 근 반세기가 되도록 스스로 밝히려들지 않고 쉬쉬해 왔는가 하면 심지어는 해방조국에 돌아온 독립투사들이 외세앞잡이들의 손에 죽어간 사건마저 덮어오기도 했다. 또 4·3제주사건을 비롯, 거창·함평등 전국각지에서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던 외세주구들의 만행실상이나 80년의 광주사태 진상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 밝히지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반역의 역사」를 주도하며 얼버무려온 집권자들이다보니 8·15경축사쯤은 얼마든지위선적인 미사여구로 국민을우롱할 수도 있겠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집권자들의 그런 경축사는 솔직히 듣고싶지도 않거니와 듣지않아도 역져움이 앞선다.
과거에만 매달려서도 안되지만 과거를 거울삼지 않고는 보다 나은 내일의 발전이란 있을수 없다.
보라!평화의 허울을쓴 일제의 망령이 되살아나 우릴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다 우리의 군사주권마저 아직도 외세가 거머쥐고있으면서 우리민족의 통일문제나 남북간 교역마저 트집잡고 간섭하는 상황 아닌가.
이런 시점에서 8·15를 맞는 위정자들의 감회가 어떤지 묻고싶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가들은 한 조각 양심이나마 남아있다면 8·15를 기해 맹성할 것을 촉구한다. 권중희<서울서대문구북가좌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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