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에 물고기가 돌아왔다/「죽음의 하천」 오명 씻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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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붕어·잉어 잡으려 낚시꾼들 몰려/분류하수관 설치 정화노력 결실
폐수로 죽어가던 중랑천에 물고기가 돌아왔다.
이에 따라 요즘 중랑천 물가에선 매일 50여명의 낚시꾼들이 몰려 때아닌 「도심낚시」진풍경으로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끌고 있다.
중랑천은 수락산에서 발원,한강으로 흘러드는 한강의 한 지류로 주변에 빼어난 경관과 맑은 물이 풍류객들을 손짓하던 곳. 그러나 도시화·산업화 바람으로 주변에 공장·주택가가 들어서면서부터 70년대 중반이후 강물은 시커멓게 썩어들어 물고기마저 사라졌고 서울의 오염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이름이 되어 왔다.
이곳에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홍수직후. 불어난 물로 각종 쓰레기가 떠내려가 깨끗해진 개천에 한두마리의 물고기가 보이기 시작했을때 주민들은 모두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여겼다.
그러던 것이 차차 수가 늘어 올들어서는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진 자라까지 나타났다.
중랑천에서 붕어·잉어가 나오나는 소문을 듣고 지난달초부터 낚시꾼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서는 매일 오후 3시쯤이면 중랑교∼군자교 사이 1㎞구간 중랑천에는 50여명의 낚시꾼들이 수심 3m 이상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오전 1시쯤까지 고기를 낚는다.
하루에 50여마리의 붕어·잉어가 잡혀 낚시꾼들을 즐겁게 하고 있으며 월척의 대어도 심심찮게 올라와 「황금낚시터」로 꼽힌다.
중랑천에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87년 2월 완공된 분류하수관로의 설치가 결실을 보았기 때문.
가정·산업체에서 내쏟는 하수도물과 폐수를 중랑천으로 보내지 않고 고수부지에 묻은 가로·세로 1.7∼3.4m 크기의 지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흐르게 해 강물이 점차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35년째 중랑천 주변에서 살아왔다는 박수창씨(54·건축업)는 『이곳에서 한번은 4시간여만에 어른 손바닥 크기의 붕어를 1백80여마리나 잡았으며 38㎝짜리 잉어,36㎝짜리 붕어 한마리씩 낚은 적도 있었다』고 솜씨를 자랑했다.
박씨는 그러나 『낚아올린 물고기들은 빛깔이 곱고 모양도 정상이었지만 중랑천에 아직도 악취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먹기가 꺼림칙해 잡았다 놓아주거나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 삶아 먹였다』고 말했다.
25년째 휘경동에 살고 있다는 이기익씨(49·부동산업)는 『돌아온 이 물고기들이 다시는 사라지지 않게 환경보호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낚시도 절도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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