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도종환 시인 1년간 배달한 시 엮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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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처음엔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엄청난 독자 반응을 보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학활동도 구체적인 상대를 앞에 둔 일이란 걸 깨달았어요."

도종환(53.사진) 시인의 이 말은 울림이 크다.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의 '문학집배원'으로 일하면서 그는 매주 월요일 아침 e-메일로 시를 배달했다. 그렇게 배달한 시 52편을 책으로 엮으면서 시인은 사이버 공간의 실재성과 그 힘을 말했다.

"시가 배달되는 월요일엔 문학나눔사업추진위의 '문학광장(www.munjang.or.kr)' 사이트 방문자 수가 확 늘어나더라고요. 만 명은 거뜬히 늘어났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은 우리 시의 독자 확대를 위한 문학나눔사업추진위의 사업이다.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정기독자는 기천 명에 그쳤다. 그러나 온라인의 힘은 놀라웠다. 지난달 정기독자 수는 무려 22만 명이었다.

"시집이 안 팔린다고, 시를 향한 욕구가 줄었다고 여겼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변함이 없었어요. 블로그에 시를 싣는 네티즌이 얼마나 많습니까. 네티즌의 문학 사랑을 알게 된 것이지요."

시배달 서비스의 성공엔 집배원의 역할이 컸다. 도종환 시인은 신경림.정호승.안도현.문태준 등 시인의 작품을 고른 다음, 짧은 해설의 글을 붙였다. 시배달의 인기는 오로지, 계절에 어울리는 고운 시를 고른 도종환의 안목과 짧은 글에서 드러난 도종환의 글맛 덕분이었다.

책 이름은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창비). 책과 함께 만든 CD엔 도종환 시인을 비롯해, 이시영.신달자.장석주.나희덕 등 시인 15명의 시낭송과 플래시 동영상 등이 들어있다. 이 참에 띄운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 인터넷 카페(cafe.daum.net/sibaedal)는 네티즌이 직접 시를 낭송한 동영상 파일을 올리는 'UCC 시낭송 축제'를 다음달 10일까지 연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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