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뛰어도 까먹는 펀드, 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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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04면

주부 한모(41)씨는 이달 초 중국 증시가 올 들어 45%나 급등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기대에 부풀었다. 지난해 말 은행에서 가입한 중국펀드의 투자원금 2000만원이 3000만원 정도로 불어났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확인해본 펀드 수익률은 5%가 채 안됐다. 한씨가 은행과 자산운용사 직원에게 따져묻자 “투자설명서를 안 읽어봤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씨가 가입한 펀드는 주로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데 올 상승률이 3.6%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투자 대상, 환율·세금 따라 수익률 천차만별 … ‘국산품’ 역내펀드는 비과세 혜택

해외펀드 투자자 중엔 한씨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 투자하는 국가나 펀드 운용 방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해외펀드에 가입해 짭짤하게 벌었다’는 주변의 경험담에 휩쓸려 투자한 사람들이다. 김은미 한화증권 콘체른PB센터 부지점장은 “국내보다 정보가 적고 위험도 큰 외국에 투자하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지식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펀드는

펀드는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투자 상품이다. 국내에선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들과 계약을 맺고 수익증권을 사는 형태로 투자에 참여한다. 이와 달리 외국에선 펀드를 법인화한 뮤추얼펀드가 일반적이다. 결과는 같지만, 투자자가 뮤추얼펀드의 주주가 되는 형태로 투자하는 게 차이점이다.

해외펀드는 국내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펀드와 달리 외국의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해외펀드는 누가 어느 곳에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다시 역내펀드와 역외펀드 두 가지로 나뉜다. 국내법에 의해 해외투자를 목적으로 국내에 만들어진 게 역내펀드, 해외에서 해당 국가의 법에 의해 만들어진 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것이 역외펀드다. 역내펀드를 국산품, 역외펀드를 수입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둘 다 해외에 투자하는 점은 같지만 기준통화가 역내펀드는 원화, 역외펀드는 달러나 유로 등인 점이 다르다. 예컨데 1000만원을 투자한다면 역내펀드에선 이 금액이 원금이 되지만 역외펀드에선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면 1만 달러가 원금이지만 900원이면 1만1111달러가 된다. 세금과 수수료 체계 등에도 둘 사이엔 차이가 있다.

해외펀드도 투자대상에 따라 주식형·채권형·부동산형 등으로 구분한다. 금·선박·광물 등 실물에 투자하는 실물형과, 특정 주식 대신 펀드에 자금을 투자하는 재간접형도 있다. 투자지역별로는 각국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형, 서유럽·동남아 등 몇개 국가를 묶어 투자하는 지역형, 한 나라에만 투자하는 국가형, 국가가 아닌 산업에 투자하는 섹터형 등으로 나뉜다. 최근 해외펀드 투자금액이 커지면서 중국·인도 등 이머징마켓에서 일본·유럽 등 선진국으로 관심이 옮겨지는 추세다.

비과세로 웃는 역내펀드

해외펀드는 그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 비해 세금 면에서 불리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지만 해외펀드는 역내·외를 가리지 않고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를 통과한 조세제한특례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 법은 역내펀드가 해외 주식을 매매해 얻은 차익에 대해선 국내 주식형 펀드와 똑같은 비과세 혜택을 주도록 했다. 세금만큼 수익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다만 역내펀드라도 채권 시세차익과 배당·이자로 얻은 소득엔 세금을 물린다. 상대적으로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된 역외펀드는 그만큼 불리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 1월 역내펀드 비과세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역외펀드 가입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수수료는 제각각

해외펀드가 본젹격적으로 등장한 2∼3년 전만 해도 해외펀드의 수수료는 국내펀드보다 꽤 높았다. 하지만 해외펀드가 일반화되면서 이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역내펀드의 수수료는 보통 원금의 1∼1.5%인 선취수수료와 1.5% 안팎의 판매·운용보수를 합쳐 2.5∼2.8% 선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 선취수수료는 가입 때 한 번만 내므로 2년째부터는 판매·운용보수만 부담하면 된다.

역내펀드와 역외펀드의 수수료율도 비슷하다. 중국에 투자하는 역내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의 수수료율은 선취 수수료 1%, 판매·운용보수 1.85%를 합쳐 2.9%다. 역외펀드인 피델리티차이나포커스펀드는 1.4%의 선취수수료와 1.5%의 운용보수를 받는다. 역외펀드엔 대개 판매보수가 따로 없지만 운용사가 한번에 받아 나눠주므로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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