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거리와 이유를 봐주지 않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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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3면

중앙포토

음주운전으로 한 번 처벌받은 사람이 반복해 죄를 짓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음주운전의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운전자라면 소주 한두 잔 마신 뒤 핸들을 잡은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경찰관을 비롯한 공무원은 면허정지ㆍ취소와 별도로 자체 징계를 받는데도 음주운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음주운전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일단 음주운전은 ‘도로’에서 운전해야 죄가 된다. 도로는 국도ㆍ지방도같이 도로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물론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거마(車馬)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곳으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를 말한다.

최근의 판례에 따르면 가스충전소의 가스 주입구역은 운영자에 의해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곳이기 때문에 도로에 해당하지 않고, 무료로 이용되는 공영주차장은 도로다. 호텔 주차장, 노상 주차장, 대학 구내 등은 도로가 아니고 시청 내 광장주차장은 도로라는 예전 판결도 있다.

도로 여부를 놓고 자주 문제되는 곳이 아파트 주차장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건물 사이에 주차 구획선을 그어놓은 부분은 도로가 아닌 주차장이다.

주차 구획선 밖의 통로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그 통행로가 단지를 관통해 출입구 쪽 외부도로와 이어지는 연결도로 역할을 하고 경비원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도로에 해당한다. 반면 아파트 단지 건물 사이의 “ㄷ”자 공간 안의 주차구역 통로는 차량을 주차하기 위한 통로에 불과하므로 도로가 아니다. 다만 아파트 주차장이 아닌 막다른 골목길은 사유지라 하더라도 도로에 해당하므로 단독주택 거주자는 주의해야 한다.

도로 위에서 음주한 것이라면 운전거리나 운전을 하게 된 동기는 문제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골목길을 막고 있는 차를 6m 빼준 것이나,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에 30cm만 진입한 것 모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다.

다만 고의로 하는 운전, 즉 의식적으로 알고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나 목적 없이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를 건드리거나 경사진 도로여서 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으로 보지 않는다.

음주운전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가 되면 처벌받는다. 호흡측정기와 혈액 채취검사의 결과가 다르면 혈액검사가 더 정확한 것으로 본다. 호흡측정의 결과에 불복해 혈액검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달라지므로 30분 이내에 혈액채취를 요구하지 않으면 경찰관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더라도 호흡측정 결과에 따른 처벌을 면할 수 없다.

경찰관의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별도의 죄가 된다. 하지만 호흡측정 전에 사용되는 음주감지기에 음주반응이 나왔더라도 운전자의 외관ㆍ태도ㆍ운전행태 등 객관적인 사정에 비추어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의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음주측정 불응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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