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범죄 대응 “걸음마”/첫 한·일 공조수사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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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야쿠자 한국상륙 차단” 등에 큰 효과/일 도피 범죄자 추적수사 계기 될 듯
법무부가 일본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단일사안에 대한 양국 검찰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은 국제화시대를 맞아 범죄광역화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보여진다.
비록 공조수사의 대상이 피해자조사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일본검사가 한국검찰청을 공식 방문,한국검사와 함께 피해자 신문을 하는 것은 획기적인 일로 법조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양국간의 수사자료 교환정도 차원을 넘어 이번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사법공조를 이룬 양국이지만 이 분야에 접근하는 방식은 상이하다.
우리정부는 가급적 많은 국가와 문서화된 조약을 체결하려는 입장인 반면 일본정부는 정반대로 조약체결 대신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사안별로 다양한 형태의 공조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최근 호주와 공조조약문안에 합의했으며 미국·캐나다와도 사법공조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범죄인 인도분야에서도 90년 9월5일 호주와 정식조약을 맺어 지난해 1월16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캐나다 등 5개국과도 조약체결을 추진중이다.
반면 일본은 전세기말 개항기에 미국과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일양국은 최근 수년간 이번의 공조형태보다는 낮은 단계이긴 하지만 상당한 정도의 수사협조 사례를 축적해 왔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주일대사관에 법무관제도를 신설,현직검사를 파견함으로써 상시협조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일본측이 검사를 직접 파견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조수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 사건의 성격이 일본내 조직폭력배가 대낮에 무차별 총기난사를 해 아무관련이 없는 한국인까지 피해를 본데 대해 엄벌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히로시마 지방검찰청은 4월28일 우리측 법무부에 보내온 공문에서 「본건은 일반인이 다수 집합한 신간선홈에서 감행된 것으로 때마침 현장에 있었던 보행인에게도 피해를 준 매우 악질적인 사건이므로 엄격·적정한 형벌을 실현해야 한다」며 수사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인 피해자 김철규씨의 부상정도가 당초 진단했던 전치 3개월보다 훨씬 심하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뒤늦게 알게되자 이 부분을 보강증거로 법원에 추가제출키 위해서는 공조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공조수사를 계기로 양국간 사법공조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야쿠자가 국내에 상륙하려는 흐름을 차단하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 범죄조직이 국내 수사기관의 「범죄와의 전쟁」을 피해 가까운 일본으로 도피할 경우 현지수사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추적수사에 나설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의 한일공동조사는 일본을 포함한 각국과의 국제사법공조를 가속화시켜 멀지않은 장래에 우리 수사기관의 활동영역이 국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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