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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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학명이 「퍼페이버 섬니페럼」(Papaver somniferum)인 이 이상한 꽃이 흔히 양귀비라고 불리게된 까닭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기록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양귀비는 잘 알려져 있는대로 중국 당나라 현종의 며느리였다가 왕비가 죽은후 비로 들어간 천하절색의 여인이다. 그 양귀비와 꽃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분홍과 설백의 연꽃이 가득 피어있는 태액지를 거닐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태액지의 연꽃이 제아무리 아름답다한들 우리 이 「말하는 꽃」을 따를 수 있겠는가.』
중국 최대의 시인으로 꼽히는 이백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활짝 핀 모란에 비유한 바 있으니 그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할만 하다. 어쨌거나 「말하는 꽃」이라는 의미속에 양귀비꽃의 이미지가 들어있음직 하다. 곧 현혹한다는 의미다. 아름다움이 지나치면 화를 초래한다거나,아름다움에 너무 도취하다 보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통념과도 맥이 닿아 있다.
동부유럽이 원산지인 이 꽃은 그 독한 향기와 아름다움이 유명하고,무엇보다 그 열매가 채 익지 않았을때 대나무칼로 상처를 내 흐르는 유액을 모아 아편을 만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양의 전설에는 곡물과 농업의 여신인 디미터가 밤중에 이 꽃의 향기를 맡으면서 그 종자를 입에 넣고 편안히 잠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거니와,이 꽃은 중추신경계통에 작용해 진통·진정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예부터 양귀비꽃은 중요한 약재로 쓰여 왔으나 그 습관성과 중독성때문에 일반사회에서는 금기시된 것이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법에 의한 습관성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그 재배가 규제를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그것이 양귀비꽃인줄 모르고,혹은 알았다 해도 위법인줄 모르고 그 꽃을 재배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경찰이 단속을 더욱 강화하리라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하나의 본보기인 셈이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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