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다른 독­일의 해외파병/유재식 베를린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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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도발국인 독일도 본격 해외파병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독일의 해외파병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일후 헬무트 콜총리 정부에 의해 여러번 제기됐고 실제로 독일은 이미 군대를 해외에 파병했다.
독일은 이미 지난 5월11일 연방군 병사 1백40명을 캄보디아주둔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으로 해외에 파병했다. 물론 이는 야당인 사민당의 협조로 가능했다. 프놈펜에 주둔하면서 의료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이 전투병력이 아닌 위생병이라고는 하지만 군인임에는 틀림없다.
폴커 뤼에국방장관은 이를 독일이 국제기구 차원의 책임을 떠맡게 되는 중요한 일보라고 평가했고 헬무트 콜총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독일은 세계평화와 국제안보를 지키고 재창조하는 작전에 참가해야 하는 의무를 기피할 수도 없고 기피해서도 안된다』며 전투병력의 해외파병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물론 이는 콜총리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것이다.
어쨌거나 독일이 해외파병을 하고 정부지도자들이 이처럼 발언하고 있는데도 주변국가들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있다.
이른바 PKO 법안을 둘러싸고 국내는 물론 우리나라 등 주변국들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야기하고 있는 일본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독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인데도 말이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패전후 두나라가 해온 행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대로 독일은 전후 나치의 잔재를 거의 완벽하게 청산했다.
물론 통일후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범법자 취급을 당하는 극히 일부의 문제일 뿐더러 독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은 어떤가. 굳이 일일이 사례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반성은 커녕 종종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일본이 독일이 한 것처럼 과거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지난번 걸프전때 우방들이 헌법 때문에 참전하지 못한 독일을 오히려 비난했던 것처럼 우리도 일본의 국제적 역할확대를 바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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