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고급 소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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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작품성 위주의 영화를 골라 상영하는 이른바 아트홀(고급소극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현재 고급 소극장은 코아아트흘·피카소·명보아트홀·크리스탈·시네하우스 내 소극장·J아트·이화예술·시네마풍전·다모아 등과 개봉관급인 장충·동숭아트센터·계몽아트홀 등을 포함, 서울시내에만 10여 곳이 넘는다.
이들은 개봉·재개봉·일반 소극장으로 이어지는 극장 체제에서 개봉·재개봉의 중간에 위치,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아직 고급 소극장 본래의 전문성을 확보하는데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트홀은 일반 대극장의 상업영화 상영에 대항, 예술영화를 소개하고 그렇게 해서 영화예술의 가치를 보존시키고 이를 대중화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때 그 존재 의미를 인정받는다.
고급소극장은 예술영화에 대한 고급 팬의 갈증을 씻어주는 서비스·기능뿐만 아니라 일반관객을 고급화시켜 영화발전의 1차 토대인 관객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 고급 소극장들은 이러한 독자적 기능수행보다 대극장과 연계 또는 대극장에 종속돼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물론 극장 경영에 따른 수지를 맞추기 위해 오락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두어 곳을 빼곤 모두 돈을 벌기는커녕 적자 경영에 시달리고 있어 소극장 운영에 대한 근본적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대극장이 흥행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고급영화를 상영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장기적이고도 전문적인 아트홀 경영차원으로 보아주기에는 미흡하다.
고급 소극장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상업영화의 감각적 재미에 젖어 있는 관객들이 고급영화를 즐겨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영화 등이 증명하듯 고급영화팬들은 엄연히 존재하기에 이들을 끌어들이는 고급소극장의 장기투자에 의한 일반극장과의 차별화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소극장은 대극장에 비해 기동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극장과 연계해 같은 영화를 상영하거나 대극장에서 끝난 영화를 받아 상영함으로써 스스로 위치를 낮게 잡지 말고 소극장끼리 손을 잡고 고급영화를 동시 다발적으로 계속소개, 전문 상영관으로서의 인식을 관객에게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적자가 더 나더라도 이 같은 정공법이 고급소극장을 영화배급·상영시스팀의 독립된 분야로 굳혀준다는 것이다.
둘째로 고급소극장은 각종영화이벤트가 용이하다는 점을 든다.
옛 명화를 주제별로 묶어 상영하거나 감독별 회고전 또는 나라별 영화감상회 등 기획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영화행사를 치를 수 있는게 소극장이다.
가령 6월을 맞아 전쟁영화를 모아 상영한다든지, 시의에 맞춰 유명감독 또는 영화제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봐도 매우 유효할 것으로 소극장 관계자는 보고있다.
코아아트홀의 황인옥씨는『소극장의 전문화를 살려내는 길은 결국 좋은 영화·고급영화를 꾸준히 걸면서 여러 행사를 마련해 소극장 위주의 관객, 나아가 소극장별로 각각의 고정관객을 확보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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