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운상가 220층 빌딩 건립 불허키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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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02면

서울 중구청이 세운상가 일대에 세우려는 높이 960m(220층) 초고층 빌딩의 건립을 서울시가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도시계획위원회가 최근 회의를 열어 4대문 안에 초고층 빌딩을 허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서울시가 이 의견을 받아들여 건립 불허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건립을 허가하지 않기로 한 것은 600년 고도(古都)인 서울의 도심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경우 남산 등 자연지형은 물론 궁궐ㆍ종묘 같은 문화재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구청은 세운재정비촉진구역 가운데 제5구역 1만1600여 평에 금융ㆍ관광 허브 기능을 할 빌딩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이인근 도시계획국장은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도시 가운데 도심 한복판에 높은 빌딩이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념물유적협의회(ICAMOS)는 올 초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가 주변 개발로 가치와 지위에 영향을 받을 경우 문화유산 목록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서울시에 경고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서울의 도시계획은 북악산ㆍ인왕산ㆍ남산ㆍ낙산에 둘러싸인 4대문 안은 110m 이상의 건물을 세우는 것을 허가하지 않은 전통이 있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구청은 쇠퇴한 강북 도심을 회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고층 빌딩을 세우더라도 문화유적인 종묘와 녹지축인 남산, 시민 휴식처인 청계천과 어우러지도록 해 환경ㆍ문화 친화적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중구청 강맹훈 도시관리국장은 “높이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종전보다 공공용지 부담률이 높아져 재개발로 인한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이렇게 되면 세운상가 8개 구역 중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제4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구역의 개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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