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과보호 아동, 학대받는 아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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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시 '가정의 달' 5월을 맞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각종 행사와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될 것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찾는 젊은 부부들, 노부모를 모시고 효도관광에 나서는 자식들, 그리고 노스승을 찾아뵙는 제자들로 5월 우리 산하는 내내 정겹고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다. 가족의 의미와 사랑.감사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절이다.

그러나 사랑과 보은(報恩)의 달 5월의 화려한 뒷전에서 흐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매 맞는 아이들이다. 그것도 가정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이다. 며칠 전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06년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가 5202건에 달해 전년보다 12.3% 늘어났다. 아동학대의 80.9%는 집에서 벌어졌으며, 가해자 중 부모가 차지하는 비율이 83.2%에 달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성추행이나 유괴 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피학대 아동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치료를 못 받고 성장하면 폭력을 습관적으로 휘두르거나 이상행태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대를 이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책임은 사회와 국가에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피학대 아동 1인당 20만원의 치료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일부 피학대 아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어린이는 아무런 부족 없이 자라고 있다. 오히려 부모의 과잉보호와 이로 인한 일탈행위를 걱정할 판이다. 부모에 따라 어린이들도 양극화돼 있는가.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사랑과 관심 속에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아동학대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선진국처럼 국가가 피해 아동을 폭력부모로부터 일단 격리시켜 치료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