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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천국 서울역 지하보도 '이미지 변신' 불 밝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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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의 얼굴 격인 서울역 지하보도. 하지만 밤만 되면 보도를 점령하고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로 몸살을 앓아 왔다. 지하보도 벽의 타일이 퇴색.파손되는 등 시설이 노후해져 밤이면 일반 행인들이 다니길 꺼릴 정도다. 낮에 인근에서 봉사단체가 무료 급식을 할 때에는 수백 명의 노숙자가 서울역 지하보도로 몰려들기도 한다.

이런 서울역 지하보도가 깨끗하고 밝게 새 단장한다.

서울 중구 김길영 토목과장은 30일 "낡고 어두운 조명시설로 그동안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서울역 지하보도 리모델링 공사를 이달 시작해 연말까지 끝내겠다"고 밝혔다.

1969년 11월 준공된 서울역 지하보도는 폭 7.6~9.8m, 연장 131m로 서울역 광장과 대우센터 빌딩, 연세세브란스 빌딩 등과 연결돼 있다.

2004년 정밀 안전진단 결과 슬래브로 지어진 전 구간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리모델링에 착수하게 됐다.

중구는 리모델링을 통해 현행 150룩스 수준인 지하통로의 조명을 500룩스로 높여 밤에도 낮처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하보도 내부 통로 벽면에는 서울역과 남산 모습이 담긴 타일을 부착해 서울시와 중구를 알리는 홍보물로 활용한다. 바닥과 벽면 일부는 대리석으로 치장할 계획이다.

중구는 통행인들의 편의를 고려해 5월부터 공사를 구간별로 나눠 할 예정이다. 리모델링에는 총 2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중구는 서울역 지하보도 외에도 남산입구(68년 완공).남대문(45년 완공) 지하보도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리모델링 공사를 할 계획이다.

구는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서울역 지하보도=노숙자 천국'이라는 이미지도 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하보도를 점령한 노숙자들은 술에 취해 싸우거나 노상 방뇨 등을 해 행인들의 불편을 초래하곤 했다.

구 관계자는 "노숙자들을 인위적으로 내쫓지는 않겠지만 리모델링을 한 이후 노숙자들이 다른 곳으로 가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는 자원봉사단체 등과 협의해 무료 급식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 방침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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