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GUIDE]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회고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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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12면

아카토네 Accattone
출연 프랑코 치티 | 116분 | 1961년

20세기 예술의 문제적 인물로 꼽히는 파졸리니의 회고전이 4월 4일부터 29일까지 낙원동 소재 서울아트시네마(www.cinematheque.seoul.kr)에서 개최된다. 무비위크 제공

자신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파졸리니의 역사적 데뷔작. 이 작품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조연출을 맡아 유명하다. 또한 이후 파졸리니의 페르소나로 활동할 프랑코 치티와의 만남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매춘부의 포주 노릇을 하던 아카토네가 파트너를 잃고 빈곤해할 무렵, 순수한 여인 스텔라를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파졸리니의 급진적 성향이 엿보이는 작품.

테오레마 Teorema
출연 실바나 망가노 | 98분 | 1968년

부르주아 가정을 방문한 한 남자가 며칠 사이에 가족 구성원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킨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역시 파졸리니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테오레마’는 그 어떤 파졸리니 영화보다 종교계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은 작품이다. 파졸리니는 한 인터뷰에서 “신이 프롤레타리아 앞에 나타나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만 부르주아들에게 신의 출현은 의식이나 모럴의 문제”라고 말했다.

돼지우리 Pigpen
출연 피에르 클레멘티 | 100분 | 1969년

사람은 돼지보다 못하다? ‘돼지우리’는 이에 대한 파졸리니의 사유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불분명한 시공간의 이야기와 현대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는다. 그리고 돼지우리의 진흙탕 같은 현실이 전복의 축제인 카니발과 유사함을 역설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으로 제작된 ‘돼지우리’는 프랑수아 트뤼포 등과 같은 낯익은 프랑스 스타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천일야화 Arabian Nights
출연 프랑코 메를리 | 129분 | 1974년

고전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뽑아낸 10개의 이야기를 펼치는 파졸리니의 수작. 그가 아니라면 이런 대담성을 스크린에 담아낼 엄두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에로틱한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전복적으로 그려내는 데 천재적 재능을 선보인 파졸리니의 ‘천일야화’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꼭 봐야 할 영화다. 이 작품으로 파졸리니는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살로, 소돔의 120일
출연 파올로 보나첼리 | 117분 | 1975년

사드의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파시즘에 대해 냉소를 보내는 파졸리니의 문제작. 이 영화를 유작으로 파졸리니는 자신의 동성 애인에게 피격당해 살해된다. 물론 그의 죽음에는 많은 이견이 있다. ‘살로, 소돔의 120일’은 많은 이에게 파졸리니의 이름을 알린 충격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가학적인 사디즘이 적나라하게 스크린을 채울 때 어떤 관객은 메스꺼워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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