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衆과 어떻게 만날까 고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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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11면

-장편 극영화 개봉은 8년 만이다. ‘눈부신 날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감독 박광수와 나눈 몇 마디

“내가 시나리오를 쓰긴 했지만 소재가 먼저 정해진 기획영화였다. 대중관객과 만나기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컨벤셔널(인습적)한 영화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게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영화다. 2004년 봄부터 준비해서 2년 전 촬영에 들어갔다. 주인공 박신양이 허리에 연골을 투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기에 넉 달 정도 지연됐고, 계절이 안 맞아 좀 더 기다려야 했다. 지난해 9월 완성됐을 때는 한국영화 개봉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이번에 개봉하게 됐다.”

-이번 영화는 이전 영화와 상당히 다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인가?

“달라지진 않았다. 단지 세상이 조금 바뀌었다. 영화와 관객의 관계도 달라졌기 때문에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처음 그림으로 시작해서 연극을 하고, 다음에 영화로 넘어오게 된 것은 모두 내가 누구와 만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다. 예전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려면 인디펜던트(독립제작)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소수가 아닌 많은 대중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메인 시스템에서 작업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당연히 대중적인 스타일을 갖추려고 조정 중이다.”

-장르영화에 대한 생각은?

“전에는 장르영화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배급구조에서 영화작업을 하려면 예전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공포영화의 장르 관습에 의지해 인간의 공포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진중하게 사회를 바라보고 발언하면서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런 영화들도 계속할 생각인가?

“그러한 영화도 할 생각이다. 그러나 화법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 관심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눈부신 날에’에도 사회적 관심사가 녹아 있다. 종대가 끼어드는 개싸움 판은 사회의 축소판과 같다.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는 쓰레기 더미 속 공간도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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