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취하고 살며시 깨는 名酒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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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07면

중국 식당 술 차림표 

중국의 한 식당에서 술 차림표를 펼쳤다.

펀주 · 마오타이주 · 우량예 · 주구이 등 애주가들 찬사

중국의 대표적 명주 우량예(五梁液)가 그 종류만 11가지가 쓰여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럴 때 어떻게 골라야 하나? 중국의 술은 숙성기간이 길수록, 알코올 도수(度數)가 높을수록, 양이 많을수록 값이 비싸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된다. 숙성기간은 병에 쓰인 표시를 통해 알 수 있다. 도수는 기온이 20도인 곳에서 술 100㎖당 주정 농도(알코올 함량)가 50%면 50짜리 고량주가 된다. 50가 넘으면 도수가 높은 ‘가오두주(高度酒)’라고 하고, 40 이하면 도수가 낮은 ‘디두주(低度酒)’라고 하여 ‘바이주(白酒)’ 중에서는 순한 술로 친다.

자, 그러면 실례로 6번을 보자. ‘五梁液 君臨天下52 (2斤裝) ¥1588’이라고 쓰여 있다. ‘두근장(2斤裝)’은 무엇일까. 술의 용량 표시다. 우리는 술의 단위를 모두 ㎖로 표기하지만, 중국은 ‘근(斤)’을 단위로 쓴다. 반근(半斤)은 250㎖, 한 근(1斤)이면 500㎖이니, 두근장(2斤裝)은 1ℓ다.

우량예 

중국의 북방에서는 산시(山西)성의 펀주(汾酒)가 술맛 좋기로 유명하다. 남방에서는 구이저우(貴州)성의 마오타이주(茅台酒), 쓰촨(四川)성의 우량예, 수이징팡(水晶坊), 젠난춘(劒南春)이 명성이 자자하고, 후난(湖南)성의 주구이(酒鬼)도 사랑을 받는다.
한국에서 중국 술을 고를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싼값에 독한 바이주를 찾는다면 56짜리 얼궈터우주(二鍋頭酒)가 딱이다. 여럿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은 산둥(山東)성에서 나온 쿵푸자주(孔府家酒), 베이징 사람들이 즐기는 징주(京酒)가 좋을 듯하다. 마오타이와 우량예, 주구이, 수이징팡은 꽤나 고급 술이다. 대만에서 나오는 진먼가오량(金門高粱)은 58짜리로 깔끔하게 취했다가 살며시 깨 애주가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엔 술 마실 때의 에티켓을 살펴보자. 술 권할 때는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상대방의 눈을 보며 술을 권한다. 이때 한잔 올린다는 뜻의 “워징니(我敬 )” 중국어 한마디 하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술을 마시기 전 한 번에 다 마시려면 “간베이(干杯)”라고 하고, 조금만 마시고 싶으면 “쑤이이(隨意)”라고 한다. 술을 못 마시면 찻잔을 들어 “이차다이주(以茶代酒)”라고 하면 된다. “차로 술을 대신할게요”라는 뜻으로 상대방도 이해한다.

술잔이 비어 종업원이 술을 따라 줄 때는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을 살짝 구부려서 잔 앞의 테이블을 가볍게 두 번 친다. 손가락으로 ‘고맙습니다’라고 표시하는 것이다. 여기엔 사연이 깃들어 있다. 하루는 민정 시찰에 나선 청(淸)의 건륭(乾隆) 황제가 신하를 데리고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식사 중 황제가 신하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신하는 당장 무릎이라도 꿇고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곳에 황제가 있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없었다. 기지를 발휘한 신하는 무릎 꿇고 절하듯, 두 손가락을 굽혀 테이블을 두드려 감사를 표했는데 이후 모든 사람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타이밍이다. 술 따르기 전에 테이블을 두드리면 ‘술을 따르지 마세요’라는 뜻이니 술을 다 따랐을 때 두드리자.

중국인들이 술자리에서 간베이를 외치면서 하는 말이 있다. “간칭선 이커우먼, 간칭첸 톈이톈(感情深一口悶, 感情淺添一添).” 날 좋아하면 간베이 하고, 나에 대한 감정이 그저 그렇다면 술잔에 입술만 대라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 술잔에 입술만 댈 자 그 누구인가. 연회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잔에 술이 조금 남아있다. 귀한 술인데 아깝다. 이럴 때 누군가 이렇게 소리친다. “먼첸칭(門前請)”. 남은 술을 마셔버리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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