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후보 “들러리”눈총 불만/자파지부장 고전에 불편한 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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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잇단 강성발언으로 돌파구 모색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이기택공동대표가 잔뜩 돋아있다.
가뜩이나 「들러리」라는 당내외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터에 김대중공동대표가 아예 자신이 후보로 결정된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다니니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다.
거기에다 경선예비전이라는 시·도지부장 선출대회에서 자기계보의 민주계 내정자들이 신민계 도전자들로부터 나가떨어지거나 이겨도 겨우 이기는 형편이어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14일 민주계가 압도적인 경남에서조차 신민계 후보에게 대의원수 3표차로 겨우 이겨 체면이 구겨졌다. 기대했던 비호남에서 성적이 말이 아니다.
이 대표 진영은 신민계의 대의원 포섭이 지나치다고 불평하면서도 이런 분위기가 전당대회까지 이어지다간 제2인자에게 걸맞은 「인상깊은 선전」을 하려는 계획조차 틀어질까 걱정이다. 이 대표측은 모양새 좋은 경선만 고려하다간 경선후 자칫 잘못하면 「김대중이후」의 2인자 자리 확보도 못할뿐 아니라 계보마저 이리저리 흩어지게 되는 험한 꼴을 당할 가능성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14일부터 『여야전당대회에서 양 김씨가 대통령후보가 되면 5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는 「양김대결 불행론」으로 김 대표 앞에서 양김청산론을 「광고」한 것도 김 대표에게 경선에서 상식선의 체면이나 세워달라는 항변에 다름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판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로서는 김 대표에 대한 자극적인 강성발언을 통해 김 대표로 하여금 적정한 선에서 표몰이를 하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다른 한편 그럼으로써 민주계 대의원들의 「결전자세」를 갖추게 하면서 결과가 뻔하다는 경선의 흐름을 다소나마 바꿔야 할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여의도 충무빌딩에 경선대책본부를 차린 둘째날인 15일에는 조순형본부장 명의로 김 대표를 겨냥한 결의사항까지 발표했다.
그 내용은 14일 강원도대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우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특정인이 후보로 선정되는 것을 전제로한 경선절차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며 김 대표의 후보 기정사실화 태도를 빗댔다.
이 대표는 16일 당초 참석할 예정이던 서울지부 개편대회에 불참,『시·도대회는 후보경선을 선언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개편대회장에서의 김 대표 후보경선선언을 불쾌해 했다.
이 대표 진영의 강경자세에 대해 김 대표측은 불쾌감을 토로하면서 「싸움질 안하는 경선」을 치른다는 명분을 의식,이 대표측을 다독거리고 있다.
신민계는 16일 ▲당무회의 선정대의원(3백명)을 민주계 요구대로 사실상 5대 5로 나누기로(당초 6대 4 주장) 양보했고 ▲대통령후보 경선을 전당대회 첫날(25일) 먼저하지 않고 다음날 최고위원선거와 함께 치르기로 한발짝 물러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는 이번주부터 경선본부를 풀가동한다는 방침이나 「짜고 치는 투전판」이라는 내외의 인식을 얼마만큼 씻어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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