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빨간불 켜진 동북아 군비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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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정부가 최신예 전투기인 F22를 일본에 판매할 의사가 있음을 어제 공식 확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관리가 직접 확인했다. 중국의 공군력 증강에 맞서 일본의 공군력 현대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꿈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는 미 공군의 5세대 주력 전투기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과 기동성, 정보 수집 및 정찰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작전반경은 2000㎞를 넘는다. 일본에 배치되면 한반도와 중국 본토는 물론 러시아 일부 지역까지 작전범위에 들어간다. 일본은 대당 최고 3억 달러나 하는 F22를 100대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일본의 대규모 F22 도입은 이미 불이 붙은 동북아의 군비경쟁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막대한 오일 달러 수입을 바탕으로 이미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경쟁적으로 군사력 현대화에 나설 것이 뻔하다. 중국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인 젠-13과 젠-14 기종 개발과 함께 핵항모 건설까지 추진 중이다. 러시아도 5세대 첨단 전투기인 수호이-5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F-15K를 주력 기종으로 하게 될 한국도 공군력 현대화 계획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 동북아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파국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F22의 일본 판매가 과연 국익에 맞는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군수산업의 경제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동북아 군비경쟁의 부작용에 눈을 감는다면 그 폐해에서 결국은 미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