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펜화기행] 목탑의 원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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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의 쌍봉사 3층목탑, 종이에 먹펜, 36X50cm, 2007.

세계 최고의 목조건축 기술을 지닌 우리 조상들은 요즈음 건물 20층 높이와 같은 황룡사 9층 대탑을 비롯한 여러 목탑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많은 전란으로 모두 불타 버리고 임진왜란 뒤 중건한 법주사 팔상전(八相殿)과 화순 쌍봉사(雙峯寺) 삼층목탑만 남았습니다.

5층탑인 팔상전은 지붕의 넓이가 위로 올라가면서 급하게 줄어 경주 남산 바위에 새겨진 마애탑이나 우리 선조가 일본에 세운 목탑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이에 비해 쌍봉사 3층탑은 우리 탑다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쌍봉사 3층목탑의 현재 모습.

쌍봉사는 신라 경문왕 때 도윤(798~886) 스님이 창건한 큰 절입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인조 6년(1628)에 중건했습니다. 목탑은 1690년에 중건하고 1724년에 큰 수리를 했습니다. 대웅전으로 이용하던 중 1984년 화재로 전소됩니다. 이때 동네 농부가 불길 속에서 불상 3구를 구해낸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장정 4명이 간신히 들 수 있다는 석가모니불을 아들과 둘이서 업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가호'가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그 덕에 협시불인 가섭존자의 아름다운 미소를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62년 해체 수리 때 만든 실측도가 있어 86년 다시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해체 때 발견한 대로 3층 지붕을 팔작지붕에서 사모지붕으로 바꾸고 상륜부를 올려 더욱 탑다워졌습니다.

그림은 10년대의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습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때의 모습입니다. 절 마당이 온통 밭이고 논입니다. 초가도 보입니다.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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