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폭동 확산/뉴욕거리도 “긴장”… 상가 철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사태장본인 로드니 킹 자제를 호소/사망자는 거의 흑인… 백인은 3명 뿐
미국 LA 흑인폭동은 발생 3일째인 1일에도 연방군투입 등 미정부의 강경대응방침 표명에도 불구,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으며 전국 대도시들로 시위가 확산,전국규모의 인종폭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LA지역은 이번 사태로 산업·금융활동이 완전 마비상태며,철도운행이 완전 중단된 것을 비롯해 항공사·여행사 등도 업무를 대폭 축소조정함으로써 외부와의 연락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흑인지도자들은 1일 오전 조지 부시대통령을 만나 LA의 질서회복을 촉구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먼저 정의가 구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흑인단체들을 대표하는 이들 12명 지도자들은 이날 백악관에서 2시간동안 부시 대통령과 만나 로드니 킹사건의 무죄평결에 분노를 표시했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벤저민 후스회장은 『대통령은 불공정한 재판에 의해 생긴 것이 분명한 미국의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A흑인폭동의 도화선이 된 「로드니 킹사건」의 주인공인 로드니 킹은 1일 LA시민들에게 폭력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
킹은 이날 자진해 기자회견을 요청,울먹이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정에서의 싸움일 뿐』이라며 『더이상 아이들과 노인들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지 말라』고 당부했다.
○…폭동이 처음 발발한 사우스 센트럴 LA에선 1일 오전 총격전이 재개됐다.
한 흑인 약탈범이 AK47총을 쏘며 대항,경찰 2명과 범인이 부상했다.
폭동은 할리우드와 베벌리힐스에까지 번져 할리우드 대로의 한 건물이 불탔으며 파라마운트 영화사 스튜디오가 일찍 문을 닫았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가스의 흑인지구 웨스트 사이드에선 30일 폭동이 발생,2명이 피살되고 24명이 부상.
시당국은 통금조치를 발령했으며 보브 밀러주지사는 주방위군 출동을 요청했다.
○…2일 현재 사망한 37명은 모두 남성으로 대부분 흑인이며 10대 후반부터 50대에 이르는 연령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백인 사망자는 3명이며 히스패닉계도 3명이 희생됐다.
이들 대부분이 총격으로 숨졌는데 3명중 한명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에 나섰다가 총기난사에 희생된 사람이 여러명 있으며 1명은 상점을 지키다 약탈자들에 의해 피살됐다. 또 2명은 화재로,행인 1명은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
○…LA에 급파된 연방군 4천명은 부시대통령의 명령이 있으면 『즉각 행동개시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리들이 1일 말했다.
이들 관리는 연방군 파병이 단순한 겁주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작전투입은 대통령의 명령으로만 가능하다고 설명.
○…휴즈·노스롭항공사가 LA본사·공장을 모두 폐쇄했으며 유노컬·아코석유회사 등도 LA본부 문을 닫는 등 대·중·소기업들이 영업활동을 중단하거나 조업을 단축하고 있다.
은행등 금융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경우 이곳 4백개 지점중 1백60개 지점을 폐쇄했으며 주식중개회사 찰스 스왑사도 12개 지점중 5개를 폐쇄.
○…델타항공은 지난달 30일 LA지역 화물운송 60%를 취소하는등 각 항공사가 화물운송에 계속 큰 차질을 빚고 있으며 LA를 입출하는 화물열차편도 모두 운행 중단된 상태.
한편 AT&T는 이 지역의 전화통화량이 20%나 증가함에 따라 외부장거리전화는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
○…30일 밤 ABC­TV 나이트 라인에 출연한 로드니 킹 사건의 한 여성 배심원은 자신은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만으로 평결을 한 것이 아니라 비디오 테이프에 찍히기전 상황을 비롯해 적절한 지침을 통해 평결을 내렸다고 주장.
이 배심원은 자신들의 평결이 폭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든 없든 『법은 법이다』는 말로 정당성을 주장했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LA폭동사태의 촉발계기가 된 로드니 킹에 대한 LA백인경찰관들의 집단구타는 「범죄행위」였다고 믿고있음이 미 ABC­TV와 워싱턴 포스트지가 지난달 30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 밝혀졌다.
흑인 1백54명을 포함,모두 6백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 백인응답자의 64%,흑인응답자의 92% 등 전체응답자의 68%가 경찰관들이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응답했다.
경찰관들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백인응답자중 4%,흑인응답자중에는 1%에 불과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일 밤 흑인폭동이 발생,마킷가·차이나타운·노브힐지구 등에서 약탈이 벌어졌고 9백명이 다쳤으며 1천1백여명이 체포됐다.
30일 흑인들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베이 브리지를 봉쇄,수시간동안 교통이 차단되기도 했다. 이날 수십개업소의 유리창이 박살났으며 건물 2곳과 곳곳의 쓰레기통에서 불길이 일었다.
한편 프랭크 조던시장은 1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조치를 내렸다.
○…뉴욕시에서 수천명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 대부분의 기업체와 유엔본부 등 공공기관들은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켰으며 상점들도 모두 철시,폭동사태가 빚어질 것에 대비하는 모습이어서 긴장감이 고조.
맨해턴중심가 타임광장에서 오후 4시30분부터 벌어진 이날 시위는 시위대 일부가 펜역으로 몰려가 역사출입문과 유리창을 걷어차는 소동을 벌였으며,매디슨 스퀘어 가든 남쪽에서 군중 1천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타임­워너사,뉴욕타임스,파이어 백화점 등 대기업들과 유엔본부는 직원들을 오후 3시 이전 모두 퇴근시켰으며 브루클린 지역에서는 상점들이 모두 철시,거리에 인적이 끊어졌다.<미주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