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400여 년 만에 역사의 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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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진왜란 당시 칼을 겨눈 3국 장수의 후손들이 400여 년 만에 경북 안동에서 화해의 손을 맞잡는다.

백척간두에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과 침략의 주역 일본군 총대장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 선봉장을 맡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그리고 조선을 지원한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의 후손이 그들이다.

이들은 다음달 12일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1542~1607) 선생 400주기 추모제 행사에 참가해 화합의 불을 지피기로 했다. 유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으로 이순신을 등용해 전쟁을 수습한 인물이다.

일본 측에서는 우키다 히데이에의 15대 손인 아사누마 히데토요(淺沼秀豊.53)와 고니시 유키나가의 후손 고니시 손도쿠(小西尊德) 등 15명이 참가한다. 중국 측에선 이여송의 13대 손인 리쩌몐(李澤綿.46) 등 2명이 참석한다. 그러나 조선 침략을 기획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후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초청에서 제외됐다. 안동시와 '서애 류선생 추모사업준비위원회'가 이들을 초청했다.

이순신 장군의 13대 후손인 이종남(71.사진) 전 감사원장은 이번 행사의 준비위원장을 맡아 개막을 알리고 이들과 뜻 깊은 악수를 나눌 예정이다.

아누사마와 리쩌몐은 행사에서 서애를 추모하는 글을 낭독할 예정이다. 이 자리엔 서애의 14대 종손인 류영하(81)씨도 참석해 일본의 조선 침략을 사과받은 뒤 화해를 다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천용(이이의 15대 종손).윤완식(윤증의 13대 후손) 등 이른바 사색 당파를 이룬 당대의 문중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한다. 전쟁 당사자의 화해에 이어 사상 논쟁으로 갈라진 동서 간 골을 메우자는 뜻이다.

이번 추모제는 5월 10일부터 열흘간 안동과 서울.부산.진주 등지에서 열린다. 특히 안동에서는 창작무용 '아! 징비록'과 연극 '다시 쓰는 징비록' 등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중앙박물관(10일)과 육군사관학교(11일).안동시민회관(15일)에서는 서애의 사상과 정책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도 열린다.

또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기록한 징비록(국보 제414호) 등 서애 유물 전시회는 7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안동).국립진주박물관.시립부산박물관 등에서 순회 전시된다.

준비위 류한성(68.고려대 명예교수) 부위원장은 "추모 행사는 역사에서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내일을 준비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공식 추모제가 끝난 뒤에도 연말까지 서애종택 400주년 대기제(6월 20일)와 안동 수동 묘제(11월 10일) 등을 마련한다.

안동=송의호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25일자 4면 '임란 400년 만에 역사의 화해' 기사 중 '우키다 히데이에'의 한자 표기를 '宇喜多秀家'로 바로잡습니다. 또 우키다 히데이에의 15세손을 '淺沼漱豊'(아누사마 히데토요)로 썼으나 '淺沼秀豊'(아사누마 히데토요)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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