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체유기/가중처벌은 위헌/헌법재판소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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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과실범죄에 10년이상 중형/살인죄 5년비해 균형 상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뒤 피해자를 옮겨 버리고 달아난 운전자에게 사형·무기,또는 10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규정(제5조의 32항 1호)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위헌결정된 이 조항이 적용돼 중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에 계류중인 형사피고인은 재심 등을 통해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에 처하도록한 특가법(제5조의 3 1항1호)이 적용될 경우 형기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한병채 재판관)는 28일 뺑소니 교통사망사고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최영기씨(50·서울 돈암1동)가 낸 위헌심판사건에서 『교통사고가 과실범죄라는 점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에 처하도록 한 법률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재판관 9명중 7명의 찬성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법률의 과중한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비슷한 특별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최저형을 징역 10년 이상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범죄인의 교화개선·사회복귀를 위한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징역 5년이상에 처하도록 한 살인죄 등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가혹한 응보주의로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죄를 범한 경우에도 형벌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과중한 형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그리고 국민의 자유와 생존권을 해치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 가해자가 무거운 형벌을 피하기 위해 구호행위를 회피할 우려마저 있어 위헌』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특가법(도주차량) 문제 조항은 73년 2월 유신체제하의 비상국무회의가 개정한 가중처벌 규정으로 법원이 최저형인 징역 10년을 적용한뒤 정상을 참작,형기의 절반을 작량감경한다 하더라도 징역 3년이하에만 가능한 집행유예선고가 불가능해 과실범에게 고의범인 살인범보다 무거운 처벌을 강제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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