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Talk Talk 말문이 톡톡"

중앙일보

입력


"헬로우(Hello)!"
16일 성저초등학교(교장 차혜숙·일산서구 대화동) 영어체험실에서 만난 유진(2학년)이. 자신 있는 영어 한마디 해보라는 기자의 요구에 쑥스럽게 입을 열었다. 평소 영어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는 유진이는 영어만 사용하는 영어체험실에서의 4시간 수업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형(경민·4학년)도 재미있었대요. 노래도 배우고 색칠도 하고…."
"저, 1달러 남았어요. 20달러 모아서 다음에 오면 저기(상점) 있는 사탕이랑 초콜릿 통째로 살거에요."
옆에 있던 승환이가 1달러를 흔들어 보이며 자랑했다.
성저초등학교는 지난 3월 교실 2칸을 개조해 영어체험실 'Knock Knock English Town'을 마련했다. 이 곳에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42개 학급이 하루에 1학급씩 돌아가며 4교시에 걸쳐 영어수업을 한다. 학급당 한해 4번의 체험기회가 돌아오는 셈이다.
간단한 '입국심사'를 거쳐 영어체험실에 들어선 아이들은 6~7명씩 모둠을 이뤄 은행·레스토랑·상점·공원·영화관·도서관 등 10개 코너를 체험한다. 코너마다 갖가지 상황이 주어져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물론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뤄진다. 수업의 수준은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년에 따라 달라진다.
영어체험실 실장 정병숙 교사는 "체험을 통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실력이 쌓인다"며 "아이들이 온전히 영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점심이나 방과 후, 재량수업시간이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4교시에 걸친 정규수업시간을 이용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저학년 고학년을 막론하고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상점코너다. 입국심사대에서 앞앞이 받은 1000원을 은행에서 10달러로 환전한 후 상점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사용되는 지폐는 모조지만 사는 물건은 진짜다.
상점에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학용품과 문구류, 사탕과 초콜릿을 2~5달러에 판매한다. 상점 옆 레스토랑에선 간단한 음료와 쿠키·샌드위치 등을 사먹을 수 있다. 쭈뼛거리던 아이도 이곳에선 눈이 동그래져 적극적으로 나선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려면 말을 해야 하잖아요(하하). 짧은 시간이지만 자기가 사고 싶은 것과 가진 돈을 계산해볼 수 있어 경제관념도 익힐 수 있구요." 차혜숙 교장의 귀띔이다.
거실과 주방을 갖춘 스위트 홈 코너는 토스트·계란 프라이 등 간단한 요리를 하면서 가족간 대화로 역할극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영화관, 모둠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게임 코너도 아이들의 발길을 묶는 곳이다.
영어체험실의 고정교사는 20명. 영어전담 2명, 원어민 1명, 외부강사 2명 외에 학부모 15명이 전문영어도우미로 참여한다. 전문영어도우미 학부모는 일주일에 2~3번 활동한다. 이외에 자녀의 수업이 있는 날엔 해당 학급의 학부모 2~3명이 도우미로 나선다.
"처음 입을 뗄 때 쑥스러웠다"는 학부모 송재희 씨는 "몇몇 수준 높은 아이들이 의외의 질문을 던져 당황하기도 했다"며 "집에서도 아이들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 교장은 "영어를 잘하는 아이에겐 실제로 활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평소 영어에 자신이 없던 아이에겐 '해볼만 한데', '한번 해볼까'란 자신감을 심어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저초등학교 www.songjo.es.kr 031-915-0211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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