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활찍 핀 탄천길에 마라토너들 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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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의 탄천변 자전거도로가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요."
이소정(35·여)씨 등 서울 명일동 스카이치과의 간호사 8명은 15일 탄천변을 함께 달렸다.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피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들은 분당검푸마라톤클럽(회장 창용찬) 주최로 8년째 열리고 있는 분당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마라톤클럽 회원인 홍순기(52)치과원장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홍 원장은 행사 당일 사회를 맡아 구수하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건강코스(5km) 및 하프코스(21km)로 나눠 뛴 참가자는 3000명에 육박했다. 성남시민이 많았지만 평촌·수지 등 인근 마라톤클럽서도 다수가 참가했다. 성남에 본사를 둔 한국도로공사·KT·가스공사 직원들도 동참했다.
창 회장은 "분당마라톤 대회가 성남 시민은 물론 타 지역 주민들까지 어우러지는 범시민축제가 된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회원들 20명과 그들의 완주를 도운 안성 발렌타인마라톤클럽 회원들. 13세때 시력을 잃은 황재선(43)씨는 이날 자신의 하프코스 기록을 갱신했다. 1시간 59분. 1시간 대에 진입한 것이다. 황씨는 "이 기록은 마라톤 10년 경력의 김대수(44)씨가 함께 뛰며 페이스를 조절해 줘 가능했다"며 말했다. 5km를 처음 뛰어본 정우(7)군도 마라톤 매니어인 아빠(홍경업·35)와 함께 완주의 기쁨을 느꼈다.
이번 대회 하프코스 최고기록은 남자 청년부의 이미복(38·자영업)씨로 1시간18분2초. 이번 대회는 특히 외국인 수상자가 많았다. 5km 여자부 2,3위는 외국여성들이 차지했다. 목동의 같은 학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20대 미국여성 두명이 23분대 기록으로 잇따라 골인, 주목을 받았다. 또 하프코스에선 외국계 회사 직원인 칼 레돈도(29)씨가 1위인 이씨에 이어 30초 늦게 골인점을 밟았다.
참가자 박성진씨는 "코스 중간 중간 급수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고, 바나나 등의 간식코너도 많아 뛰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며 "대회 시작 전과 결승선 골인 후에 펼쳐진 서현농악대의 공연도 흥겨움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공적인 평가의 배경엔 검푸회원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뒤에서 뛴 검푸회원들 =회원들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행사를 준비하고 당일 진행을 맡아야 한다. 대회 사흘전인 12일 검푸마라톤클럽 홈페이지(www.gumpu.org)에 '급전'이 떴다. ' 집합장소: 14일 오전 10시 분당구청(행사물품 운반) 오전 11시 이후는 중앙공원.' 이날 회원 200명은 텐트(30동)설치, 대회장 주변 현수막 설치, 완주 기념품(2500여개) 포장작업 등에 투입돼 구슬땀을 흘린 뒤 오후 7시 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점심은 현장에 배달된 자장면이었다. 명예대회장인 고흥길 국회의원(한나라당·분당갑)은 "민간동호회가 주관하는 풀뿌리마라톤 대회가 지역축제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건 검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치하했다.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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