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회장 구인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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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번에는 상근 부회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46년 사상 최초로 총회에서 회장을 뽑지 못하는 사태를 연출하더니 부회장도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전경련은 11일 회장단 간담회에서 조건호 전 부회장의 퇴임을 결정했다. 상근 부회장 인선은 이미 3월 말께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조건호 전 부회장은 19일 퇴임해 여의도 전경련 회관의 부회장실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애초 전직 관료를 배제하고 유력한 재계 인사를 영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장단 간담회에서는 "상근 부회장은 재계의 단합을 도모하고 경제적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역량 있는 인물을 뽑겠다"는 조건도 정했다.

이에 따라 조석래 회장은 4대 그룹 등 주요 그룹에 부회장.사장급 인사의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력 그룹에서는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 등으로 정국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권에 입바른 소리를 해야하는 자리에 그룹 인사를 보내기가 부담이다. 또 부회장.사장 등 고위 임원들도 전경련보다는 그룹에 남기를 바라고 있다.

전경련은 조 회장이 직접 나서 퇴직한 재계 인사들도 접촉했다. 금융계 출신의 A(55)씨, 통신회사 최고위 임원을 지낸 B(53)씨 등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도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고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전경련이 굳이 재계 출신을 고집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상근 부회장에 대해 "민.관을 가리지 않고 실력 있는 인사를 뽑겠다"고 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경제부처 차관 출신인 C(57)씨가 유력하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년 전 현명관 전 부회장의 후임을 정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리면서 '힘 빠진 전경련'이란 얘기가 나왔다"며 "재계의 바람이자 조 회장의 당면 과제인 '힘 있는 전경련'을 위해서도 인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측은 "조 회장이 일부 인사들에게 강력하게 부회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늦어도 이달 안에 부회장이 취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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