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처럼 바다 가르고 내 사람들 이끌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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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자신의 육성 비디오테이프와 함께 미 NBC방송에 보낸 사진과 동영상 장면들. 이 중에는 자신을 예수나 모세에 비유한 발언을 뒷받침하듯 두 손을 들어 기도하는 모습(맨 왼쪽)도 포함돼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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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신성모독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범인 조승희가 미 NBC방송에 보낸 동영상 패키지를 보고 이 방송사의 전문기자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탐사 전문 프로듀서 로버트 윈드렘은 "1800 단어 어디에도 뉘우치는 기색은 전혀 없다. 과거 몇 차례나 '거사'를 연기했던 걸 고통스러워하며 이번엔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했다. NBC의 뉴스 책임자인 스티브 케이퍼스도 "조승희의 장황한 폭언은 서로 모순되며 신성모독적"이라며 "향락적 생활과 기독교에 대한 악담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NBC는 '알카에다' '반(反)테러' '예정된 희생자' 등 장황하게 늘어놓은 단어들은 세상에 거부당하고 테러의 대상이 된 끝에 처형당했다고 생각하는 한 성난 젊은이의 병적 심리를 노출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조승희는 섬뜩한 저주와 무자비한 공격 의지를 드러냈지만 그 대상을 온 세상이나 부자 등 광범위하고 추상적으로 잡은 것도 특이하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 여자친구나 연적은 물론 버지니아공대 학생.교수 등 특정인의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이는 자신의 범행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대의에 의한 거사'로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블랙스버그=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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