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환경선언(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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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진국의 잘사는 사람들이 콩코드비행기를 타고 6만5천피트의 성층권을 날며 쾌적한 여행을 하는 동안 그아래 지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방글라데시의 4분의 3이 물속에 잠겨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국민의 4분의 1이 집을 잃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안휘성에서는 7만여개의 우물이 말라버려 주민들이 식수를 구하지 못해 헤매고 있다.
한때 숲이 우거졌던 아이티의 해안은 경사면으로부터 씻겨 내려온 침적토로 인해 카리브해의 푸른 바닷물을 붉게 얼룩지게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수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수백만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1천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수용소와 판자촌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유엔은 오는 6월 브라질에서 열릴 유엔 환경정상회의에서 채택할 「환경 및 개발선언문안」을 지난 3일 확정했다.
모두 27개항으로 된 이 선언문은 개발도상국가들엔 개발과정에서 환경문제를 고려토록 했으며,선진국에 대해서는 지구환경에 가한 압박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재원에 따른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지구환경을 이렇게 오염시키고 파괴한 주범은 선진국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상의 5분의 1도 안되는 인구로 4분의 3의 자원을 물쓰듯 낭비한 장본인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인구의 25%가 매일 오염된 물을 마시고,개발도상국에서는 매년 5백만명의 어린이가 설사로 사망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환경오염의 책임을 따지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전세계에서는 매주 60만대가 넘는 새 자동차가 대기를 오염시킬 채비를 갖추고 쏟아져 나오고,매일 5천만t이 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으로 흘러들어간다.
20세기가 다 가기전에 우리는 이 지구의 오염을 바로 잡아야 한다. 21세기는 이제 3천1백8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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