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내전위기의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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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피지배계급 러시아계 불만폭발/루마니아 개입으로 국제전위기
내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몰도바사태는 몰도바의 탈소독립후 지배민족에서 피지배 소수민족으로 전락한 러시아인들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인구 4백40여만명중 루마니아계가 65%를 차지하는 몰도바는 지난 86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탈소독립·루마니아와의 합병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8월 구소련 보수파쿠데타 실패직후 같은달 27일 독립을 선언하는등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이에 따라 주로 드네프로강 동쪽에 거주하는 50만 러시아인들은 종전까지 누렸던 지배민족으로서의 지위를 잃게되자 거꾸로 탈몰도바 독립운동으로 맞섰다.
러시아인들은 이지역을 「드네스트르공화국」으로 선포하고 지난해 13월 주민투표를 통해 압도적 지지로 독립의지를 과시했다.
러시아인들은 특히 몰도바사태에 표면상 중립을 지켜온 욘 일리에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몰도바를 루마니아에 합병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천명한데 자극받아 무장투쟁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또 몰도바가 독립국가연합(CIS)으로부터의 이탈움직임을 강화한 것은 몰도바내 러시아인들의 위기의식을 더욱 부채질했다.
한편 28일의 비상사태선포에 이어 29일 드네스트르 분리주의자들에 대해 최후통첩을 발동한 몰도바정부는 필요할 경우 루마니아의 원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몰도바정부는 특히 몰도바주둔 구소련군과 러시아 카자크병들이 트네스트르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있어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루마니아군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2차대전중인 1940년 6월 몰도바지방(베사라비아)을 구소련 에 빼앗긴 루마니아는 이번 기회를 고토회복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몰도바사태 당사자들이 획기적 평화해결의지를 보이지 않는한 그 배후세력이랄 수 있는 러시아와 루마니아까지 개입하는 국제전 발발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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