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에 철저한 대처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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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인 범죄도 이젠 밀수나 불법체류·사기·절도와 같은 초기단계를 벗어나 점차 조직화·지능화·효율화하고 있다.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파키스탄인 범죄조직에 의한 자국인 상대의 강도행각이 그 좋은 보기다. 외국인 범죄가 더이상 뜨내기범죄가 아니라 뿌리를 내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은 정착된 단계에까진 가지 못했으나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범죄추세나 불법취업자의 증가로 미루어 현 단계에서 적절한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몇년 안가 좀체로 뿌리뽑기 힘든 큰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범죄는 파키스탄·필리핀·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인들에 의한 것이다. 이들은 관광비자로 입국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임금상승에 따라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것이 태반이고 자국내에서도 극빈층에 속한 사람이 많아 범죄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이들에 의한 범죄를 억제하는 대책은 비자심사나 입국과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나라에 따라 일률적으로 비자발급이나 입국을 제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입국목적의 입증,체류기간·체류장소·출국항공편의 예약여부 등의 상세한 점검을 통해 우범자의 입국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내부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치다.
우리는 이런 점에 너무 소홀했던게 사실이다. 경찰도 외국인의 강력범죄에 대비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갖춰야 한다. 현재 경찰의 외사관계기구는 주로 마약이나 밀수 또는 경제사범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절도·강도·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밖으로 인터폴,해당국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 외국인 강력범죄 전담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동남아인들뿐 아니라 일본 야쿠자의 침투도 문제다. 이들은 우리의 폭력조직을 이용해 침투하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그 폐해는 오히려 더 심각하다. 일본정부가 지난 1일부터 폭력단 대책법을 발효시켜 야쿠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자 야쿠자조직은 그 자금을 빼돌려 우리나라를 활동무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빠찡꼬·실내 골프장·증권·부동산·유흥업소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국제화시대에 범죄도 국제화하는 건 필연적이다. 이제부터라도 외국인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도 현재 유럽이나 미국이 안고 있는 외국인범죄 문제를 새로운 사회문제로 안게 될 위험이 크다.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심각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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