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법안 손질 더하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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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공공기관 등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마침내 입법예고 됐다. 이미 컴퓨터 보급의 확대에 따른 사생활 침해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이 법의 제정은 시급하다.
그러나 이 법은 국민의 기본권 및 앞으로 마련될 다른 정보관계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는 4월10일까지의 입법예고 기간중에라도 광범한 여론수렴과 축조심의가 있어야 한다.
좀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자면 우선 법의 적용대상이 공공기관에 국한되고 민간기관은 제외되어 있는 점이다. 민간기관에도 이 법에 준해 자율적인 규제를 하도록 하는 조항은 있으나 역시 「자율적 규제」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민간기관에 대한 전면적 규제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정보산업의 육성을 저해할 위험성이 분명히 있겠으나 정보산업을 보호·육성 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의 취지를 살리는 법규의 마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개인정보 보호심의위원회」의 역할과 권능에 관한 것이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이 기구의 역할과 권능이 「연구조사」나 「자문」에 그치기 보다는 주요사안을 두루 심의할 수 있게 확대되어야 한다. 그 구성도 어느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열람·정정·불복신청 할 수 있는 권리는 강화되면 될수록 좋고,그 방안은 간단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가장 큰 말썽이 되고있는 경찰 신원조회의 수사목적외 남용에 대해서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신원조회가 불가능 하도록 명확한 별도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조문내용에 있어서 제1조에서 법의 대상을 컴퓨터에 수록된 것만으로 한정하고 있는데,이는 불필요하게 범위를 축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에 수록되지 않은 개인정보는 불법,무단유출 돼도 좋다는 말인가. 이 문제는 「컴퓨터에 의하여」라는 귀절을 삭제하거나 「컴퓨터 등에 의하여」라고 수정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개인정보의 이용이 가능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제9조중 제4항 「당사자 이외의 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명백히 정보당사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이것을 누가 판단하느냐가 문제다. 법은 해당 공공기관의 장이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조항이 자의적으로 운용될 경우 공공기관은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유출시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4항의 경우는 반드시 정보보호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야겠다.
제14조의 정보의 열람제한 규정도 더 엄격하고 객관적 판단에 의한 경우에 한정되도록 축소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제한은 행정편의적 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사생활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균등한 이용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한만큼 이번 법과 균형을 이룰 정보공개법의 제정도 서두를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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