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건강] 감기·두통 쫓는 묘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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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까지 왼쪽 머리가 깨질 듯 아픈 편두통을 매달 몇 차례 경험했던 주부 김모(34)씨. 그녀는 최근 약 대신 향기치료로 두통이 개선된 것을 경험하고는 아로마에 빠져있다.

그녀는 "낮에는 페퍼민트 향로를 피우고, 잠자기 직전엔 베개에 라벤더 원액을 한두 방울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만성 비염과 감기를 달고 살았던 20대 직장인 P씨도 "유칼립투스 원액을 식물성 오일에 희석한 뒤 코 밑과 코 주위에 수시로 발랐다"며 "지금은 코막힘이 없어지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며 만족해 했다.

5천년 전 고대 이집트.중국.인도에서 시작된 향기치료(아로마테라피)가 부활하고 있다. 식물의 향을 파는 전문업소가 생기고, 경희의료원 등 일부 병원에선 환자들의 불안.공포심을 줄여주기 위해 실내에 향기를 피운다. 또 순천향병원 이비인후과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 향기치료를 시도한다.

◇ 향수와 다른점=오홍근 한국아로마테라피협회 회장은 "향기치료에서 쓰는 원료는 향을 내는 허브에서 추출한 천연 아로마(에센셜) 오일"이라며 "원료의 90% 이상이 인공 화학향인 향수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향기요법의 아로마 오일은 각종 질병에 대한 예방.치료 효과가 밝혀져 있으나 향수는 질병과는 무관하다는 것.

아로마 오일의 의학적 효과 가운데 가장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을 죽이는 살균.방부 효과다. 이를 이용해 고대 이집트에선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 썼다.

식물의 향은 세포의 재생을 촉진해 상처가 빨리 낫게 하는 작용도 있다. 로즈마리.제라늄.라벤더 등이 대표적이다. 유칼립투스는 폐나 기관지에 붙은 이물질을 밖으로 몰아내는 거담 작용을 하고, 페퍼민트는 정신 집중력을 높여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

◇ 마시고, 바를 때는 주의해야=프랑스에선 아로마 오일을 캡슐에 넣거나 물에 타서 직접 먹기도 한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입으로는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뜨거운 물 한 컵에 아로마 오일 두 세 방울을 떨어뜨리거나 화장지.손수건에 오일을 떨어뜨린 뒤 향을 들이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솜뭉치에 오일을 적신 뒤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 놓고 자연스럽게 공기 중에 퍼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

스프레이에 물 한 컵(약 2백50㎖)을 채운 뒤 여기에 오일 다섯 방울을 섞어 방안에 뿌리기도 한다. 이는 실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수험생의 정신 집중도를 높여준다.

욕조에 아로마 오일을 5~10 방울 떨어뜨린 뒤 물에 들어가면 증발되는 오일이 코.피부를 통해 스며든다.

피부에 직접 바를 수도 있지만 이때는 아로마 오일을 식물성 오일(아몬드.포도씨.아보카도.맥아 등)에 희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율은 아로마 오일 1~3방울에 식물성 오일 1찻숟갈.

마인드 바디 건강증진연구소 김종철 소장은 "티 트리.라벤더는 원액을 피부에 소량 바를 수 있다"며 "그러나 다른 아로마 오일을 원액 그대로 바를 경우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로마 오일의 유효 기간은 식물에서 뽑아낸 날로부터 1~3년이나 식물성 오일로 희석한 상태에선 이 기간이 단축된다.

◇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향기치료=감기가 많이 유행하는 시기엔 실내에 코알라의 먹이로 알려진 유칼립투스나 레몬.파인 향료를 피워두면 예방은 물론 숨쉬기가 편안해진다. 유칼립투스는 거담과 기침을 가라앉히는 약효까지 있다. 스트레스성 두통엔 라벤더(야간)와 페퍼민트.로즈마리(주간)가 효과적이다.

근육통엔 마조람.진저.로즈마리, 알레르기성 비염엔 유클립투스.티 트리, 아토피성 피부염엔 로먼 케모마일.라벤더(아로마 오일)와 달맞이유(식물성 오일)를 섞어 쓰는 것이 유용하다. 고혈압엔 라벤더.마조람.레몬, 저혈압엔 로즈마리.페퍼민트.유칼립투스, 불면증엔 마조람.로먼 케모마일.라벤더.네롤리 등이 흔히 처방된다.

무좀엔 티 트리 한 방울, 가벼운 화상이나 칼에 베거나 못에 찔린 상처엔 라벤더 한 방울이 특효약이 될 수 있다. 재스민.네롤리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고, 마조람은 불면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 임신 초기엔 절대 금물=향기치료의 첫번째 문제는 치료를 받는 도중 후각이 둔화돼 점차 효과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후엔 다른 향으로 바꿔줘야 한다.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순천향병원 이비인후과 이병돈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 로즈마리 향을 맡게 했는데 처음엔 코가 뚫리는 등 좋은 효과를 얻었지만 3개월 후 대부분 재발했다"고 전했다.

임산부의 경우 임신 3개월까지는 향기치료를 받아선 안된다. 그러나 4개월 이후에 받으면 분만.출산에 도움이 된다. 신생아는 생후 한 달이 지나야 향기치료 대상이 된다. 간질 환자는 향기를 맡다가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버거못.오렌지.레몬.자몽 등 감귤류 향을 피부에 바른 뒤 바로 햇볕을 쬐면 살이 검어지는 등 광(光)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알레르기나 광독성 등이 걱정되면 치료 전에 아로마 오일을 귀 뒤나 팔꿈치 안쪽에 묻혀 24시간 관찰한 뒤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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