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 나무' 옮겨심는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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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정문 옆에는 '정운찬 나무'라고 불리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2003년 수원에 있던 농생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겨오는 것을 기념해 당시 정운찬(사진) 총장이 서울대 교목인 느티나무를 심은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 나무는 주위의 다른 나무에 비해 유독 성장이 더뎠다. 느티나무는 1년에 최고 1m씩 자란다. 하지만 정운찬 나무는 3년이 넘도록 40㎝밖에 자라지 못했다. 그동안 가지를 몇 개 쳐주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올해는 때가 지났는데도 싹조차 트지 않은 상태다. 결국 나무 질병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의 농생대 식물병원에 진단을 의뢰했다.

진단 결과는 나무를 심은 식수대(植樹臺) 터가 너무 좁아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됐다. 흙 주위가 대리석으로 둘러싸여 물이 잘 빠지지 않고, 건물 그늘 때문에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도 있었다.

농생대는 이에 따라 정운찬 나무를 옮겨 심기로 결정했다. 농생대 이전제(산림과학부) 학장은 "느티나무 같은 거목이 자라기에는 자리가 좁아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내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대권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돼온 정 전 총장이 학교라는 '작은 화단'을 떠나 대권이라는 '넓은 땅'으로 옮겨가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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