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감기에 직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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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봄에는 날씨 변화가 심하다. 반팔 셔츠를 입어도 좋을 만큼 화창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가끔 중국 쪽에서 황사까지 넘어온다. 이런 여러 심술에도 굴하지 않고 온 산천을 화사하게 물들이며 북상하는 개나리.벚꽃 등 봄꽃들의 행렬이 장하다.

고르지 못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감기가 흔한 병이다 보니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직빵'이라는 치료법도 많은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주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면 낫는다느니 하는 주당다운 처방까지 널리 퍼뜨려 놓았다.

흔히 "이 약은 감기에 직빵이라기보다는 잠드는 데 직빵이다" "딸꾹질을 멈추기 위해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이때는 코를 손으로 막고 입을 다물고 침을 다섯 번 삼켜 보세요. 직빵입니다"처럼 어떤 결과나 효과가 지체 없이 곧바로 나타남을 가리킬 때 '직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때는 '직방'이라고 쓰는 게 맞다. 한자로 쓸 때도 처방(處方)을 연상해 '直方'으로 적기 쉽지만 '直放'으로 쓰는 게 바르다.

어떤 일에 대한 처방을 너무 늦게 내려 효과가 없는 경우를 뜻하는 '사후약방문'도 한자를 잘못 적기 쉽다. 이때의 약방문을 '약방의 문[藥房門]'으로 이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지만 처방전을 뜻하는 '藥方文'이라고 써야 한다.

김형식 기자

*지나간 '우리말 바루기'기사는 『한국어가 있다』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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