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건각' 탄천을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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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 분당마라톤대회 사무국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달 26일 신청이 마감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정자동에 사는 한모(40)씨는 "3년간 줄곧 대회에 참가해왔는 데 회사일에 쫓기다 참가신청을 잊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사무국 협조로 참가자 지참 우편물 발송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가까스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15일(일요일) 분당 중앙공원에서 출발하는 분당마라톤대회에는 2500여명이 참가한다.
1999년 창립한 성남 시민 '건각'모임인 '분당검푸마라톤클럽'은 이 대회를 8년째 열고 있다. 초창기 멤버인 창용찬(52)회장은 "마라톤을 사랑하는 지역주민이 이끌어가는 자발적 모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82년 미스터 코리아 타이틀을 따낸 뒤 보디빌딩 선수를 그만두자 건강에 이상이 생겨 마라톤을 시작했다. 2001년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뒤 벌써 21번이나 풀코스를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3시간30분45초.
창 회장은 "이 마라톤 대회를 클럽 회원 및 성남 시민 그리고 인접시 주민들이 모두 참가해 즐기는 건강축제로 승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가족 단위 참가가 가능하도록 하프(21km)코스와 별도로 5km의 '건강코스'를 새로 만들었다. 마라톤 코스는 분당 중앙공원을 오전 9시 출발, 개나리 등 봄꽃이 만발한 탄천변 자전거도로를 달린 후 다시 공원으로 돌아오도록 돼 있다.

▶참가자들=10일 현재 대회참가비를 납부한 사람은 2437명. 성남·서울은 물론, 인천·수원·안양·광주 등에서도 참가한다. 인천 운서동의 박창래(72)씨는 인터넷 접수가 어려워 전화로 신청했다. 그외 참가를 약속한 김영호(71·광주 탄벌동)·서영석(71·성남 태평동)씨 등 일흔을 넘긴 마라토너가 수두룩하다.
주최측은 대회장소인 중앙공원이 가족들의 나들이 및 축제장이 되길 바란다. 흥을 돋우기 위해 사물놀이 및 풍물패 공연도 마련해 놨다. 벚꽃이 만발한 공원에서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당경찰서는 서장 등 직원 20여명이 참가한다. 시각장애인 40명도 도우미와 함께 뛴다. 성남시의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원생들과 직원들이 신청서를 냈다.

▶대회운영=분당마라톤대회는 2000년 첫 대회(500여명 참가)이후 해마다 참가자가 늘어 지난해는 3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줄었다. 홍보 현수막을 많이 부착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대회 당일 수도권에서만 5개의 마라톤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유병복(54·'유비스'대표)부회장은 "지자체 등 기관 공동주최가 아니라 민간모임 단독주최로 홍보 및 협찬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유 부회장은 "참가자들이 내는 비용(하프:3만원, 5km:1만5000원)은 거의 기념품 값에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더블백은 대량 구매로 가격을 낮췄지만 구입가가 2만원이 넘는 팀버라인 제품이고, 등번호 제작·시간기록 칩 구입 등에도 2000원이 들었다. 게다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달리기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회원들은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행사 당일 대회 진행을 도맡아야 한다. 대신 28일 충남 아산시에서 충무공 탄신일을 맞아 열리는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날 중고생 자원봉사자 200명이 행사 진행을 돕는다. 이들에게는 자원봉사증명서가 발부된다.
고흥길(한나라당 분당갑, 분당마라톤 명예대회장)국회의원은 "특정기관 지원없이 민간단체에서 마라톤 같은 큰 행사를 치르기란 쉽지 않다"며 "창 회장 등 클럽 회원들의 노력으로 마라톤대회가 분당의 '명품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당검푸마라톤클럽=대부분 검푸를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검프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검(고딕)은 얼굴, 푸(고딕)른 마음'의 줄임말이다. 탄천의 푸른 물을 배경으로 햇살을 받으며 뛰는 탄 얼굴을 의미한다. 성남의 불곡산·맹산을 누비며 훈련을 쌓는다. 현재 회원은 200여명. 마라톤 기록도 풍성하다. GBR(Gump Best Record: 클럽 완주 최고 기록)는 2시간 48분대. 40대의 은행원·대학교수 회원이 똑같은 기록을 갖고 있다. 유 부회장은 3시간 19분대로 올해 중앙일보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대 진입을 꿈꾸고 있다.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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