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건설비 어떻게 대나/서울지하차도 좋기는 좋은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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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하철공사와 겹쳐 교통체증도 문제/2008년 완공 일부선 “선거용” 비난
서울교통난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내년 하반기에 착공하겠다고 밝힌 지하도로건설계획은 실효성과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지하도건설을 위해 실시한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선진국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2조4천억원이 드는 초대형사업을 추진하는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추진배경=서울시는 급증하는 차량으로 인해 주행속도가 90년말 현재 시속 20.2㎞에서 95년 10.2㎞,2000년 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결책으로 지하도로건설을 구상했다.
여기에는 지상도로건설시 뒤따르는 막대한 보상비부담,일조권시비,소음발생으로 인한 각종 민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점도 고려됐다.
4차선 지상도로를 건설할 경우 평당보상비가 1천만원에 달해 ㎞당 건설비가 7백20억원인데 비해 지하도로 건설비는 ㎞당 3백50억원으로 절반이하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기존도로위로 4차선고가 도로를 건설할 경우 ㎞당 공사비가 1백80억원으로 적게 들지만 도시미관저해와 소음 등 환경피해가 심해 선진국에서도 점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대통령에 대한 연두보고에서 이해원 시장이 3개 노선 60㎞의 승용차전용 지하도로 건설을 93년 착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7월 타당성조사용역을 국토개발연구원·대우엔지니어링·미국 PBI사에 의뢰했고 24일 4개축으로 구성된 양방향 3차선 격자형의 노선안을 확정,발표했다.
◇건설비=4조6천억원이 투입되는 3기지하철공사(94∼99년)와 공기가 중복돼 2조4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재원의 조달이 용이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자체예산 35%,국고보조 25%,차관도입 40%(1조원)로 충당할 예정이나 당장 국고보조조차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차관도 장기처리의 공공차관도입이 어려워 이율이 높은 상업차관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엄청난 원리금상환부담을 안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차관도입이 돼도 도로건설후 상당기간동안 시민들이 통행료를 부담하게될 것이 확실시 된다.
◇공법·공기=지하도로는 지하 30∼40m에 TBM공법(터널굴착방식)으로 건설된다.
이에 따라 진출입지점의 경사가 급해질 수 밖에 없어 극심한 배기가스와 소음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환기를 위해 지상 10∼20m 높이의 급배기 시설탑을 1∼1.5㎞마다 도심지는 직경 12.8m로,외곽지역은 직경 11.3m 크기로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립대 최재성교수는 『교통량이 많고 차량이 정지했을때는 배기가스 처리가 곤란하게 될 것』이라며 『혼탁한 지하도로내 공기내 운전자들의 통행기피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직경 1m당 10억원씩 30억∼1백10억원하는 고가의 TBM 굴착장비를 한꺼번에 도입해야하는 부담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또 지하도로건설계획 발표시 공기부분은 누락시켰다가 추궁을 받자 뒤늦게 15년이 걸리며 2008년에야 완공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들어 서울시가 선거를 앞두고 장미빛 선심공약을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율=서울시는 지하도로 4개 노선이 모두 완공되면 하루 36만대(승용차 1대기준)의 교통량을 흡수,지상교통의 11.2%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하도로는 오히려 차량의 도심유입을 가속화시키고 도심진출입로에서 심각한 병목현상을 초래,오히려 또다른 교통체증을 빚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은 통행대상에서 제외돼 전체적인 교통체계가 얼마나 개선될는지도 의문이다.
또 99년 3기 지하철공사가 끝날 경우 지하철의 교통수송분담률이 7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동시공사가 결코 절실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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