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전망|번역서 출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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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동서독 통합, 소련·동구의 핵분열 등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있는 21세기의 문턱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전망하는 번역 서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권에 진입한 것만 해도 『권력이동』 『1992년의 세계』 『전예측』1990년대의 일본』 『메가트렌드2000』 『2000년대의 신세계질서』『유러퀘이크』등 6권이나 된다.
이들 21세기 전망 서들은 한결같이 향후 재편될 세계 역학관계의원동력으로 군사력 대신 경제력을 꼽고, 미소 양극 체제에서 미국-EC-일본의 3각 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환태평양지역의 부상을 예측하고있다.
『이데올로기의 종언』『후기 산업사회의 도래』등 명저를 남긴 미국 신보수주의의 대표적 사회학자 대니얼 벨의 새책『2000년대의 신세계질서』는 다음 세기 지각변동의 축으로 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 확산, 국제시장 기능강화, 정보공학 등을 지적한다.
벨은 또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이 같은 축이 다시 부국과 빈국간의 갈등, 미국의 위기와 도전, 민족 분규, 약물 남용, 인공지능사회 등 수많은 난제를 잉태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존 네이스비트가『메가트렌드 200』에서 바라본 세기말의 변화는 낙관적이다.
문화가 스포츠를 대신해 여가선용의 핵심부문으로 등장한다는 등 사회구조의 변화유형을 10가지로 분석하면서 새로운 범 세계화의 시대가 막을 올렸음을 알린다.
『국제적 역학관계를 뒤흔들고 국제적 기업경영의 원리를 교란시키는 원인 제공자는 바로 유럽 통합에 따른 대진동이다.』
『유러퀘이크』의 저자 대니얼 번스타인은 EC를 중심으로 미일 등 3대 경제권에 의한 세계자본주의의 발전양상을 조명하면서 1백 가지의 역학변화를 점친다.
그 속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거대기업이 유럽에서 모든 산업부문에 걸쳐 탄생하리라는 것에서부터 통독에 자극 받은 한반도가 2000년에 통일돼 환 태평양권의 주요 경제 주체로 부상하리라는 것까지 다양한 예언을 담고 있다.
EC가 국가를 초월한 세계최대의 정치·경제적 주체로 등장하고 미국이 쇠퇴하는 가운데 일본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언 속에는 다분히 미국의 분발을 촉구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유러퀘이크』『2000년대의 신세계질서』등이 미국의 시각에서 세계흐름을 파악한 것이라면『전예측 1990년대의 세계』는 일본을 중심 축으로 세계질서변화를 분석했다.
이 책은 중남미의 누적된 채무, 중국의 보수화,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개발독재체제 붕괴 등이 세계질서 재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일본이 미국·EC와 나란히 세계질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는 것을 전제로 일본의 역할과 대응논리를 세심하게 분석한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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